모든 빛에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그 어둠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빛이 어둠으로 잠식되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온라인 낭독 독서모임을 구상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한 부분이었지만 또한 낭독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던 마음과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잘 구성된 세트 메뉴처럼 보였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 두 달 동안 이어오던 목요일 저녁 온라인 독서모임은 변화가 필요했다. 참석율 저조가 가장 큰 문제점이었고 그중 독서모임 시간이 걸림돌이었다. 나는 퇴근 후 저녁시간이 편안하게 온라인 낭독과 토론을 하기 좋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가장 바쁜 시간이며 약속이 잡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때 나의 일상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점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침대에서 일어났고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가 진한 커피의 카페인 효과를 맛보며 새벽까지 온라인 속을 헤집고 다녔다. 예전엔 며칠 밤을 새워도 끄덕 없던 몸도 중년이 되어 보니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두통이 계속 이어지고 어지럼이 동반된 피로감에 살짝 비틀거리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때가 도약의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매주 진행하던 온라인 독서모임의 시간을 변경하고 진행방식도 바꿔 보기로 했다
우선 주 1회가 아니라 매일 만나 책 한 권을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매일 진행하는 만큼 참여비도 대폭 인상했다. 그전에는 커피 한 잔 정도로 거의 무료봉사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낭독으로 인한 첫 번째 N잡러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독서와 낭독, 토론으로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
온라인 새벽낭독의 첫 번째 구상이 완료되었다.
두 번째는 책 선정이었다. 매일 새벽에 만나 일정한 양을 정해서 낭독을 하기에 적당한 주제와 혼자 읽기엔 너무 어려워서 밀쳐 두었거나 일명 벽돌책으로 불리는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의 시기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책, 그렇게 신중하게 고른 책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다. 세계적 석학이 들려주는 인류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은 이 책은 1998년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지금 이 시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세 번째는 새벽낭독의 멤버를 모으는 일이었다. 점점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는 11월에 새벽 5시에 독서 모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조차 올빼미 족에서 탈출해야 하는 만큼 새벽기상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블로그에 새벽낭독 모집글을 공지로 올리자 반응이 뜨거웠다.
제일 먼저 평일 저녁 모임에서 저조한 참석율을 보였던 회원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들의 댓글에는 새벽 1시간을 오로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신청한다,, 평소 꼭 읽고 싶었던 책이라 이번 기회에 완독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함께 낭독하며 토론하는 시간이 기대된다는 등 선착순 열 명은 금세 마감이 되었고 나는 이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독서모임의 리더로서 새벽낭독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두 달 동안 진행된 <총, 균, 쇠>는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는 12월 온라인 송년모임에서 와인잔을 높이 들고 이렇게 외쳤다
나 <총, 균, 쇠> 읽은 여자야!
*새벽낭독에서 함께 했던 책들은 마지막 장에 올려 두겠습니다-그때까지 연재를 계속할 수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