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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다유 Oct 14. 2024

당신의 목소리가 나를 살렸다

2장 나는 50대 N잡러-현장영상해설사 2

시각장애인은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일까요?

서울맹학교 직업연구부장 양회성 선생님은 현장해설사 교육생들과 첫 만남에서 이렇게 질문하셨다. 우리는 모두 "네~" 대답을 했고 "아니요, 완전 전맹은 소수이고 대부분 형태나 명암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즉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중도 실명자라는 얘기다. 현재 장애인 발생 비율을 보더라도 후천적 장애가 88.1%로 선척적 장애 원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점자를 통해 점자책을 손의 감촉으로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디오북을 통해서 소리로 듣는 것이라고 한다. 낭독봉사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를 직접 들으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실습은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새겨 보는 시간입니다

점자는 점자용 특수종이 위에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서 자음, 모음을 꾹꾹 눌러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연결해 만든 글자를 촉각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점자는 자음과 모음이 한 개씩 가로로 나열되어 있어서 한 글자를 손으로 익히기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내 이름 석자를 송곳으로 눌러 만드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인내심이 적은 나에게는 점자는 아주 힘든 노동의 글자였다



두 번째 실습은 시각장애인 체험입니다


우리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시각장애인과 활동 지원인이 되어 직접 시각장애인이 되어 보는 체험을 가졌다. 시각장애인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제작된 검은색 안대와 흰 지팡이를 배당받았다. 검은색 안대로 눈을 가리자 빛이 차단된 어둠이 훅 들어왔다. 순간 속이 울렁거리면서 공포가 밀려왔다.


강의실에서 밖으로 나가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서 다시 돌아오는 아주 짧은 코스를 더듬더듬 흰 지팡이를 짚고 활동지원인 짝꿍의 팔꿈치를 단단히 부여잡으며 힘겹게 걸어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로지 소리와 감촉만으로 나도 모르게 구부정한 모습이 되어 보행 체험을 하면서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이끌며 지금 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계단이 몇 발자국 앞에 있는지 앞에 무엇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나를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 목소리가 바로 현장해설사의 역할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해설사는
시각장애인들이 관광 또는 문화공연이나 행사, 스포츠경기관람 등에서 비장애인들이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점과 정보의 단절로 초래될 수 있는 추가적 장애를 극복하고자 관광, 문화예술, 스포츠 전문가들의 교육과 시각장애인들의 피드백을 통해 분야별 전문해설가로 양성되어 현장에서 실시간 해설하는 전문가를 일컫습니다


양회성 선생님은 청각장애인에게 수어통역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을 수어로 소통하듯이 현장해설사는  시각장애인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쉽게 풀어 주셨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각장애인 체험은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안대로 빛이 차단되는 순간 나는 공포를 느꼈고 겨우 계단을 내려가면서 발이 낭떠러지에 떨어 같은 위험을 느꼈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나를 이끌어 주던 목소리였다. 낭독봉사를 통해 듣기 좋은 목소리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지만 직접 내가 경험을 보니 새삼 좋은 목소리 훈련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를 살리는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 목소리를 톻해 세상 속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할 수 있도록 전달력과 표현력을 키워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다 갖추기 위해 나는 낭독봉사와 새벽낭독을 꾸준히 해야 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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