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다유 Oct 16. 2024

나직하지만 깊은 내면이 깃든, 한강 <목소리>

2장 나는 50대 N잡러-현장영상해설사 3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한강 작가의 과거 인터뷰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두문불출 나타나지 않는 그녀를 예전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리 만족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녀의 인터뷰를 눈여겨본 것은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음역대가 낮고 볼륨이 작았으며 천천히 읊조리듯이 나직하지만 깊은 내면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더 귀를 열고 듣고 싶어 진다. 저절로 경청하게 만든다. 나는 절대 내지 못할 깊이와 울림이 전해진다. 그녀의 조근조근 낮은 음성엔 아무리 화가 나도 목소리 톤이 절대 올라갈 것 같지 않은 평온함이 느껴진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에 관해 질문하니 자신도 아들한테는 목소리톤이 올라가더라고 해서 인간적인 그녀를 느끼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목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소리라는 거 만져지지도 않고요.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한테 청각 기관이 없었다면 몰랐을 그런.. 그렇지만 분명히 실제 하는 그런 것인데 참 신비롭게 생각이 돼요. 그래서 특히 음악을 들으면 정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맡을 수 없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로서의 소리를 생각하면 항상 신비로운 생각이 들고 또 사람의 목소리에도 그 사람의 내면이 깃들잖아요. 그래서 소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사람의 내면이 깃들인 목소리는 얼굴만큼이나 각자 다른 소리를 품고 있다. 



현장해설사 교육을 통해 새삼 전달되는 목소리가 시각장애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는 청각이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그만큼 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장해설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강사는 강조한다.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이 목소리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 번째 반응은 연민입니다. 사람들은 시력을 인간의 활동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감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두 번째 반응은 공포입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거죠. 세 번째는 죄악감입니다. 나는 볼 수 있는데 그는 왜 시각장애인이 되었을까. 신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나도 시각장애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와 같은 생각에 시각장애인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 반응은 불안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이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합니다.


그럼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첫째는 동조와 감정이입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이해하며 그들과 같이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 반응은 친절입니다.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합니다. 세 번째 반응은 이해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문제, 정서적 반응에 대하여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 반응은 존경심입니다. 점점 시각적, 감각적으로 변화되는 사회에서 실명은 생활을 더 어렵게 합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높은 성취도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죠


강사의 설명을 듣고 나는 흠칫 놀랐다. 처음 이기적 낭독봉사를 마음먹었을 때 가졌던 것들이 바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연민, 공포, 죄악감, 불안)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을 단풍이 거리를 화려하게 꾸며주는 11월 어느 날, 현장해설을 위해 남산타워로 향했다. 그동안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골볼 중계방송, 뮤지컬 드라큘라를 비롯 1박 2일 여수여행 등 많은 곳을 시각장애인과 동행해 현장해설을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산타워탐방이다. 시각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짝이 되어 총 여섯 명이 모였다. 수신기를 나눠주고 내가 먼저 앞장을 선다. 남산타워 전망대 앞 철조망 난간에는 남산의 명물 자물쇠가 셀 수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사랑의 열쇠"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그런데요,, 자물통 꽉 채워 사랑을 맹세했던 두 사람은 지금도
그 마음 변치 않았을까요?


현장해설을 하면서 이제 농담도 주고받는다. 


제 열쇠는 어디로 갔을까요? 분명 걸어 잠갔는데 ㅎㅎ



이전 13화 당신의 목소리가 나를 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