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낭독의 재발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낭독을 해보니
처음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낭독 수업을 해보자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알아보니,,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하여 보호,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는 목소리봉사 단원인 미경 샘이 오래전부터 봉사를 해 오던 곳이었습니다. 목소리봉사단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 곳의 아이들에게 책을 재미나게 접해주고 싶다며 함께 해보자고 제의를 해 주셨습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 첫 만남은 서로가 어색했습니다.
아이들은 몸을 비비 꼬고 딴 곳을 바라보거나 책장에 있는 책들을 괜히 펼쳐보며 우리와 시선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눈빛을 마주치면서 조금씩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은 미리 앞으로 만날 세 명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다문화 아이, 이혼한 아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이)에 대해 알려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책은, 결혼이주여성들의 플랫폼 아시안허브에서 출판한 엄마나라 동화책 중국편 "엄마를 찾는 올챙이들"(김애화 글 그림)입니다. 이 책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모국에서 듣고 자란 전래동화를 자녀들과 한국의 아이들에게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나라를 소개할 수 있도록 기획한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책 속의 올챙이들, 거북이, 애랑이 역할을 맡고 저는 내레이션을 순현 샘은 책 속 등장 동물들의 엄마 역할을 맡았습니다. 미경 샘은 연출가가 되어 전체 극의 흐름을 지휘해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낭독 수업에서 첫 번째로 진행한 것은 배우들이 드라마를 찍기 전 대본 리딩을 하는 것처럼 우선 책을 보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친구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게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책의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각자 맡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었습니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초등학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주지 않으면 금방 지루해지기에 우리가 선택한 두 번째 방법은 등장인물을 재미나게 마음껏 표현해 보기입니다
민규는 볼을 부풀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재미나게,
수빈이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한 목소리로 수줍게,
유미는 또박또박 야무지게,
여기서 아이들의 성격이 나옵니다
오늘 자리를 주선한 미경 샘은 매주 한 번씩 아이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 맞는 배역도 미경샘이 정해 주어 조금 편하게 낭독 연습이 가능했습니다.
첫 만남 이후 두 번째 낭독 수업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이전과 아이들 방학으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랫만의 만남이라 우리를 기억해 줄지 걱정을 했는데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알아보며 반갑게 다가옵니다
우리를 기다린 걸까?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새로 이전한 지역아동센터는 지하에 주방 겸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전에는 낭독수업 소리가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마음껏 표현을 해도 눈치 볼 일이 없었답니다
장난스럽던 민규는 장난기가 빠지고, 수줍음 많았던 수빈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야무진 유미는 더 표현력이 좋아졌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오지 못한 동안 미경 샘이 짬짬이 동화낭독을 함께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두 번의 낭독수업을 끝내고 마지막 날은 직접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작업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녹음스튜디오 방문하기로 한 날은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거리를 꽁꽁 얼려버린 추운 날이었습니다.
첫 녹음이라 가뜩이나 긴장이 될 텐데, 이 추운 날씨에 더 떨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리가 녹음할 장소는 북까페를 겸한 곳이라 따뜻한 커피 향이 먼저 우리를 반겨줍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들과 센터장님이 먼저 도착해 우리를 반겨줍니다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살짝 긴장된 듯 보이지만 처음 경험해 보는 스튜디오 방문에 눈을 반짝입니다.
녹음실에 들어가니 마이크가 다섯 개가 탁자 위에 올려 있습니다. 각자 하나씩 마이크 앞에 앉아 녹음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첫 번째 녹음이 진행되었습니다
역시 첫 녹음이라 오독이 많고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럴 땐 긴장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먼저 녹음한 부분을 들려주었더니 자신의 목소리에 서로 쳐다보며 신기해합니다. 첫 녹음인데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다시 연습시켰습니다.
두 번째 녹음은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중간에 민규의 장난스러움이 들어가서 다시 녹음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재미있는지 깔깔 웃습니다
변화는 갑작스럽게 오지 않습니다. 조금씩 서서히 그렇게 스며듭니다.
처음엔 고개도 들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고개를 올립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친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낭독극을 연습하면서 우리가 시간을 내서 이 먼 곳까지 힘들게 오게 만든 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아이들의 변화로 나도 변하는 것!!
수빈이는,, 민규는,, 유미는,,
앞으로 책을 읽을 때 책 속 내용이 예전보다는 조금 달리 느껴질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심리도 조금 살펴볼 것이고, 눈으로 보다가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살짝 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