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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책과 인사하는 날

4장 새벽낭독의 책들-이처럼 사소한 것들(1)

by 난다유

지난 5년간 새벽낭독에서 진행한 책을 일일이 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족히 40권은 넘을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마지막 장에는 새벽낭독에서 함께 했던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처음 시작했던 2020년 총, 균, 쇠로 시작하려고 하니 그리 총명하지 못한 머리가 함께 했던 책의 내용을 따라주지 못했다. 고민을 하다가 예전 책은 나중에 정리하고 매일 진행하는 책을 바로 정리해서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 한 권을 오롯이 품는다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을

새해 첫 책으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2024년 알라딘 선정 독자선호도 1위에 뽑혔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 새벽낭독이랑 분위기가 맞아야 했다.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로 표현하는 낭독독서 모임이다 보니 문장의 구조가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내용을 먼저 보게 된다.


2025년 1월 2일 목요일 새벽 5시, 온라인 줌 새벽낭독방에 우리는 다시 모였다.

첫날은 책과 만나는 시간이다. 책의 표지 속 그림과 띠지, 날개에 적힌 작가소개, 머리말, 목차 등

그리고 책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작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려고 노력한다.

작가 클레어 키건은 클림트의 모델처럼 얼굴선이 고대 그리스 여신처럼 강렬하다. 그녀가 이 책을 쓴 배경이 궁금했다. 살펴보니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아픈 역사를 담고 있었다. 18세기부터 20세기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현재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에 있다.


'막달레나 세탁소'를 검색해 찾아보니 많은 내용들이 나온다. 끔찍하다. 이런 일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스스럼없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11월에 함께 했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생각났다. 우리가 몰랐던 이런 일들이 얼마나 더 있을 것인가! 우리는 책을 통해 일상에 묻혀 무심하게 지나쳤을 역사적 진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책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작가에 대해 알게 되니 더 본문을 읽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새벽낭독은 미리 책을 읽어오지 않는다. 우리는 날 것 그대로의 첫 문장을 낭독하고 경청한다. 그래서 부담이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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