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하고도... 기쁜... 발견
매일 아침 7시에 스타벅스에 간다. 다만 늘 같은 스타벅스에 가는 건 아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근무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머무는 스타벅스가 바뀌곤 한다.
얼마 전 프로젝트 하나를 종료하고 다시 본사로 복귀했다. 오랜만에 다시 본사 근처의 스타벅스로 돌아오게 되었다. 대로변에서 굽어져 들어와 오르막길을 올라야 당도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결 한가한 매장이다. 오피스 단지 내의 북적이는 스타벅스에 익숙해져 있다가 다시 이곳에 되돌아오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파트너분들의 얼굴은 꽤 바뀌어 있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변한 게 있기 마련인데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한쪽 통창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 조용한 풍경만은 여전하다.
어, 그런데 낯익은 실루엣이 있다. 언제나 나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던 그 사람이었다. 저 아저씨, 오늘도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책 읽고 계시네.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해서 독서를 하고 계시는 분이 하나 있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커피 한 잔에 책 한 권을 곁들이고 계셨다.
아침 일찍 카페에 들러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다 출근한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나를 기이한 존재로 취급하거나, 하루 이틀의 유난으로 여기고는 한다. "요즘도 아침에 카페 가요?" "어머, 대단하다!". 사실 아침에 카페에 와보면 나 같은 사람이 많은데. 저 아저씨처럼.
여전히 굳건한 그의 아침을 확인하니 기뻤다. 유별나고 싶지 않은 내게 그는 존재는 안도감이다. 역시 나 같은 사람 많다니까!
솟아나는 내적 친밀감에 스리슬쩍 그와 같은 라인의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소지품들을 꺼내며,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는데 옆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가 가방을 싼다.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일어나 먼 자리로 피신한다.
내가 소란스러웠나. 미안한 마음이 솟구친다.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회한의 눈길로 그의 뒷모습을 좇는데 어라, 근데 나랑 같은 가방 메시네.
가방에 대해서 말하자면, 구매 당시에 미니멀리즘으로 살겠다는 포부로 가장 작은 가방을 샀더랬다. 남성에게 선택받기엔 사이즈가 작고 여성에게 선택받기엔 디자인이 투박해서 비주류 모델이 되었는지 같은 가방을 멘 사람을 본 적이 아직까지 없었는데, 어쩜. 이런 일이.
그는 아침 독서가에 미니멀리스트인 걸까? 필통이나 수첩... 그런 것도 가지고 다니실까? 구경하고 싶다... 어떤 펜에 어떤 글씨체로 무슨 말을 쓰실까...
한층 음흉한 곁눈질이 예상되는 나의 아침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