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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P 합격! DA로 일하려면 SQL 잘 해야지..

SQL도 안 써본 채로 데이터 아키텍트로 이직한 사람의 최후

by H 에이치
SQLP(SQL 전문가) 자격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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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먼 미래에나 가능할 줄 알았던 SQLP인데 예상보다 빠르게 취득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SQLP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공부 방법에 대한 글은 다음번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SQLP를 준비하면서 그간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으려 한다.


역량 거꾸로 빌딩 하기


거꾸로 지어도 집은 집이다. ©Ivan Dražić

SQLP와 DAP를 둘 다 가지고 계신 분들을 보면 대체로 실무자인 경우가 많고, SQLP → DAP의 순으로 취득한다. 하지만 나는 남달랐다. 실무자도 아니었고, DAsP → DAP → SQLD → (실무) → SQLP의 순으로 진행했다. 그야말로 근본 없는 순서다.

DAP 취득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글들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 [DAP 합격] 준비 과정 A to Z
- SQLD, DAP 취득 후 1년_자격증이 밥 먹여주나


실무의 첫 시작은 2년 반 전이었다. 나는 DAP(Data Architecture Professional,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를 취득하자마자 데이터 컨설팅사로 이직을 했다. 이전까지의 경력에 DBMS, SQL 따위는 단 한 톨도 없었다. 그저 끈기로 취득한 DAP를 무기 삼아 데이터 아키텍트 회사로 적을 옮긴 것이다. 돌이켜보면 데이터 아키텍트라는 직무에 대한 몰이해 덕분에 낼 수 있었던 용기가 아니었나 싶다.


입사 이후로 진정한 데이터 모델러들을 만나게 되면서, SQL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SQL을 짤 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잘 짜야만 했다. 결과의 정확성은 당연하고, 성능을 고려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나는 SQL을 단 한 번도 날려본 적 없는 순백의 지적/경험적 상태로 입사를 한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아찔하다.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7년 차 경력직 후임을 받았는데 나 같은 SQL 무지렁이라면...? 천만다행으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주 간단한 SQL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 진단 프로젝트여서 어찌저찌 해낼 수 있었다.


체계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았던 나의 역량 강화 히스토리

DAP 응시하다가 점수가 안 오르니까 그제야 SQL 공부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나..!

그 SQL 공부를 오로지 책으로, 눈으로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나..!

누덕누덕 기워낸 SQL로 프로젝트를 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데이터 모델링 공부부터 하고 성능을 나중에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었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뼈문과 직장인이 SQLP부터 공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나 요상하게 완성된 나의 데이터 아키텍처 역량은 아마도 `T`자의 형상이 아니라 `ㅗ`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다소 수치스럽긴 하지만 어쨌거나 굴러는 갑니다... 가요.



빌붙어 학습하기


SQL 스터디 저도 태워주세요 ©T Leish

누더기 SQL로 일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학습이 되지 않으니 일이 늘 고생스러웠다. 일을 하려면 SQL이 너무나도 중요함을 깨닫게 되면서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입사 동기들과 <친절한 SQL 튜닝>과 <오라클 성능고도화> 강독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이론서를 차근차근 읽었다.


본사에 머무는 동안은 본사에서 SQL 스터디를 한다는 소문만 들리면 바로 찾아가서 끼워달라고 했다.


A : "우리 팀끼리 하는 거라 어렵겠는데?" → H : 팀장님 제발요

B : "주니어들만 하는 거야." → H : SQL 응애입니다

C : "벌써 절반 정도 진행했는데?" → H : 저는 두 배로 할게요

D : "H님은 뭐 해줄 수 있는데요?" → H : (원하는 거 해드림)


나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고,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하려는 편인데 절박하니까 도와달라는 말이 술술 쉽게도 나왔다. 다들 처음엔 당황하시다가도 흔쾌히 참여를 허락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알려주셨다.



이제 종이 위 공부는 그만


끝이 있구나 @Leeloo The First

SQLP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론서도 엄청나게 읽었다(약 4,600 페이지 분량). 확실히 전보다 SQL을 봤을 때 구조적인 파악이 금방 되고, 결과물에 대한 예측도 잘하게 되었다.


SQLP에 합격하면서 비로소 SQL에 대해서 내내 가지고 있던 취약점 하나를 메꿔낸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SQLP는 동료분들이 아니었다면 간도 보지 않았을 자격증이기에 동료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장 크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내게 심어준 용기는 너무 따뜻하고 귀하다. 나와 엔지니어들과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있었다. 그 벽을 허물어준 건 100% 동료들의 따스함이었다.


일종의 안도감도 느낀다. 영 재주 없는 건 아닌가 보다는 생각도 들고, DAP에 이어서 SQLP까지 취득했으니 당분간 자격증 공부는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다.


이번에 SQLP를 공부하면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미리 해둔 공부가 있어야 나중에 더 좋은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염두하고 고심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종이책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책을 읽을 생각에 신이 난다. 얼른 종이 바깥 세계에서의 경험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읽을거리


(1) 잘 먹고살던 IT컨설턴트가 데이터 아키텍트로 이직한 사연 : https://brunch.co.kr/@hnote/93

(2) SQLD 공부 이야기 : https://brunch.co.kr/@hnote/36

(3) DAP 공부 이야기 : https://brunch.co.kr/@hnote/114




References


Daniel Enamorad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826297/

Ivan Dražić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4217623/

T Leish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5259421/

Leeloo The First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8177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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