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물탱크?
앞서 여러 미래에 대한 고민과 노력 끝에 결정된 나의 논문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Modelling and Optimization of Seasonal Thermal Energy Storage"
우리말로 하자면, 계절적 열 저장장치의 수학적 모델링과 최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시작은 아이디어 뱅크인 나의 교수, M으로부터였다. M의 원래 주된 연구 분야는 수학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 프로그래밍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과는 달리, 수학식이 있는 하나의 프레임워크에서 구현한 수학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컴퓨터는 하나의 툴일 뿐, 이 모든 기본은 수학인 셈. 이 컴퓨터가 어떻게 더 빨리 계산을 할 수 있는지 수학적으로 도출하는 게 제일 큰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역시 나의 관심사와는 굉장히 멀다.
다만, 이 M이 워낙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 수학적 기법의 응용 사례로,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대부분은 터빈 없이 연을 날려 풍력 발전을 하는 방식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런 이유로 내게도 이 주제에 대해서도 권유했었는데, 개인적으론 그것이 별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다른 기회가 있겠냐고 물었다.
M은 이렇게 대답한다.
"일단 대학에서 진행되는 99%의 연구는 상용화되지 않아. 이 기술은 적어도 1%보다는 높은데, 이는 기존의 풍력 발전과 달리 터빈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다만, 이 모든 건 내 생각일 뿐이고 결국 직감(Gut Feeling)에 끌리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어쨌든, 내가 이미 회의적으로 대답했으니, 그는 또 다른 하나의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상의 에너지 시스템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집에다가 태양광 설치를 많이 하면서 거기에 배터리도 사들이는데, 이건 사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냐. 내가 생각할 땐, 몇 달을 견딜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해. 예를 들면 여름엔 차가운 온도로 냉방을 공급하고, 겨울엔 그 여름에 나온 폐열을 이용해 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지. 아마 이게 우리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일 큰 방법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건 아마도 물탱크가 되겠지?"
그리고 내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물탱크의 방식에 대해.
찾아보니, 그의 이상적인 개념, 이건 사실 존재했다...!
그렇게 결국, 이 계절적 열 저장장치에 관해 수학적 모델링과 최적화를 하는 것이 나의 논문 주제가 되었다. 열 에너지가 아니라 전기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겐 사실 완전히 의도하지 않게도, 열 에너지 분야에 연구를 하게 된 셈이다.
이 모든 게 정해지니,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도 몰려왔다.
이는 내가 잘 모르는 땅의 물리학적 특성과 더불어 연구소에서 쓰는 수학 테크닉을 잘 버무릴 수 있을 거냐는 의문이었는데, 두려우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해보기로 했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