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은 내 것

이기적으로 살기

사회적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육아맘으로 전업맘으로 사는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내가 뭘 잘하지?' '난 무엇을 좋아하지?'라는 질문이 항상 있었다. 한 분야에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이 뭘 하면 중상 정도는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뭘 해도 크게 어설프지 않게 빠릿빠릿 따라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하나’가 없다. 특출 난 하나!!     


세상은 얘기한다. 다 잘하지 못해도 한 가지만 잘해도 밥 벌어먹고 산다고. 다양한 분야에 웬만큼 하는 것 같은데 진짜 잘하는 하나가 없을 때의 좌절감이란... 진짜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 해왔던 것이 공부이고 할 줄 아는 것이 공부였다. 아,, 그런데 그 공부마저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늘 한 끗 차이로 떨어졌으니...     


얼마 전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만난 반가운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아주 작은 것들이 결국 전혀 다른 분야를 정복하는 탁월한 무기가 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전업맘으로 산 10년의 세월로 '효율'에 대해 배웠다. 나는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했다. 집안일을 잘하고 싶은데 하루 종일 하기는 싫다. 어떻게 하면 빨리하고, 잘하면서 잘 쉴까를 늘 궁리하며 살았던 것 같다. 참 쓸데없구나 싶지만,, 결국은 그 삶 덕분에 나는 지금 밥 벌어먹고 산다. 특출 난 한 가지가 없어도 된다. 아주 작은 것들이 결국 전혀 다른 분야를 정복하는 탁월한 무기가 된다!


위로가 되는 또 한 가지는. 내 삶의 주체는 ‘나’였다. 누군가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살지 않았다. 환경적 결핍으로 많은 경험을 하며 살지 못했지만 내 인생의 결정은 내가 했고 부모님은 그런 나를 지지해주셨다. 돈 하나 없이 이집트로 선교여행을 가겠다 결정하고 떠난 것도.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져서 학교를 더 다니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범대로 편입을 한 것도. 부모님은 그런 나를 반대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바라보고 계셨다. 자녀의 삶의 주인공을 자녀로 인정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그 누구를 위해 희생하며 살 필요도 없고 그저 내가 나를 위한 삶을 살면 된다. 이기적으로 보이는가? 이기적으로 각자의 삶만 잘 살아내도 가정에 평화는 깃든다. 내 아무리 잘 살아도 가족 중 누구 한 사람만 어긋나도 가정 전체가 힘들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기적으로 잘 살아내면 그것이 최선이다.     

      

나는 나를 돕는 일을 한다. 첫째로 '아침 집안일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독서'이고 세 번째는 '새벽 기상'이다. 집안일은 가족을 돕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돕는 일이다. 작은 일들이 쌓여서 큰 스트레스가 된다.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 매일 아침 집안을 정돈할 뿐이다. 독서를 하면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남을 위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 육아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는 육아에 도움받기 위함일 뿐이다. 그중에 제일인 ‘새벽 기상’. 새벽의 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식구들 모두가 잠들어 있고 나는 홀로 나의 오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놀아도 그저 좋다. 아이들 육퇴 후 한두 시간이 꿀인 것처럼. 나는 밤을 포기하고 새벽을 택했다.      


새벽은 생산적인 일을 가능하게 한다. 관리적이고 소모적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오롯이 나를 위한 일들로 채워지게 되고 나의 성장을 돕는다. 이렇게 2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난 식구들을 맞이할 때 어찌 여유롭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새벽을 깨운 지 이제 겨우 8개월 정도이다. 평생을 새벽은 나와 맞지 않다고 확신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새벽이 달콤할지 몰랐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당해야 할 역할들이 많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등등등. ‘나’로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물론 많은 역할들이 다 ‘나’다. 그러나 정말 내 이름 석자로 살아가는 시간.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 말이다. 하루의 모든 역할을 다 마치고 아이들이 자면 누렸던 꿀 같은 그 육퇴의 시간.. 그러나 하루의 마감 후 맞이하는 시간에는 나를 위해 쓸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밤과 바꾼 나의 새벽.


꿀잠을 자고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장 먼저 갖는다!! 제일 좋은 시간. 제일 힘나는 시간. 새벽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 내 것이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어떠한 역할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찬 시간.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은 내 것이다! 이기적인가? 이런 이기적임은 언제나 옳다! 힘닿는 데까지 이기적이고 싶다! 


이전 18화 그냥 + 해 = 그냥 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