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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지 알고 가?

여행하는 개구리_더 넓은 세상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의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라는 주제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시간’과 ‘명사’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유튜브에 검색해서 꼭 들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시간은 ‘~까지 ~한다’라고 정하는 것이고
명사는 교사, 의사 등 단어를 말한다.      


나는 결혼생활 10년간 시간과 명사로 나의 목표를 정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12년에는 임용시험에 합격해서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휴직을 한 후에 2014년도에는 초임교사로 복직을 해야지 (임신 중 시험 준비를 했기 때문에)라고 정해두었다. 첫 번째 실패를 지나 두 번째로 정한 목표도 동일하다 2020년에는 임용시험에 합격해서 교직 생활 시작하기!!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목표 자체가 잘못되었었다!!! 나는 ‘언제까지 무엇이 되겠다’라고 결정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이고 방향성이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시간과 명사로 설정해 둔 나의 목표를 실패하자 그 목표는 물거품이 되었다. 또다시 다른 목표를 찾아 헤매어야만 했다. 자리 잡지 못한 나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올해, 시간과 명사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올해 내가 세운 목표는 매일 30분 독서하기, 매일 새벽 기상하기.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매일을 멋지게 살아보기로 했다. 거창한 목표 없이 매일 열심히 살아내기로 약속하고 그렇게 살아내기 시작하니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지 못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교사가 되어서 여유로워진 것이 아니었다. 거창한 목표도 없고 그것을 이뤄내지도 못했지만 내 하루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내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만족감이었다.   

   

교수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이해했다. 나는 요즘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하고 벅차고 감사하고 기대되고 감동이다. 결국 원하던 교사는 되지 못했고 안정적인 삶을 쟁취하지 못했지만 명사가 아닌 동사로 살아내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교사가 되어야지! 가 아니라,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지금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지식콘텐츠를 파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대상이 학생에서 ‘성인’으로 바뀐 것뿐이다. 고로 나는 꿈을 이루었다. 다만 꿈을 명사로 잘못 정했기 때문에 실패자로 허우적 대며 살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나의 꿈을 동사로 정했다면 나는 실패자로 살지 않았을 것이다. 교사가 되지 못해도 시간강사로 수업을 하고 있으면 그때가 ‘가르치는 사람’의 동사의 꿈을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배워서 남주자!! 정말 맞는 말이다. 남을 도와야 한다.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할 수 있다. 나의 아픈 과거, 나의 연약함 까지도. 왜 글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데 많은 욕구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제1의 이유는, 나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이다.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너무나 감사하고 뿌듯하다.     


명사의 꿈을 내려놓는 순간. 명확하고 안정적인 삶은 날아갔다. ‘교사’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생을 개척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가르치든 가르치는 사람으로 사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내가 만들어 가면 되는 인생이다. 이렇게 동사로 살다 보니 내 삶이 신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삶은 안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다이내믹하다. 내가 발전한다. 나를 채찍질해서 달리게도 하지만 내가 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 시간관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만들어 준다.

    

꿈이 명사였을 때는 사람들에게 답하기도 좋다. “너 요즘 뭐해?” “나 임용 준비해” 이러면 끝이었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이경일 교수님은 명사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게 한다고 정의하셨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이렇게 까지 명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신 우리의 사고는 빼앗겼다.     

요즘 내게 “너 요즘 뭐해?”라고 물으면 참 대답하기가 애매하다. 임용 준비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살아가는데 정의할 말이 없다. “가르치는 일을 해”라고 대답하면 분명 다시 질문이 돌아올 것이다. “뭘 가르치는데?” 이렇게 동사는 사람을 사고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대화를 이어가게 한다.


명사의 오류에서 나와 동사의 매력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고 가?”
 “아니!”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정확한 목적지는 있지만, 그 과정은 나도 모른다. 뭐가 되리라 계획하고 오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니 다음 디딤돌이 보였다. 나는 이제 개척자의 삶을 사랑하고 살아갈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불안하지 않다. 매일매일을 동사의 매력으로 살다 보면 반드시 내가 정한 목적지로는 도착한다는 확신이 있다. 과정 과정이 얼마나 신날까. 기대하면서 오늘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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