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개구리_더 넓은 세상으로
인플루언서의 정의를 네이버에서 찾아보았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많은 팔로워(follwer: 구독자)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단, 저 정의에 의하면 나는 인플루언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찾아볼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micro-influencer)'는 연예인들보다 인기도는 덜하지만 관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소비자와 가깝게 소통하는 영향력 있는 SNS 크리에이터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어떻게 끼워 맞추면 ‘나노(nano)’인플루언서 정도는 되지 않나? 생각은 해본다. 예전에는 ‘연예인’이 아니면 일반인에게 ‘광고’가 붙을 이유가 없었다.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만한 단어도 없었고 그러한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이크로 연예인은 없다. 대중이 알면 ‘연예인’. 대중이 모르면 ‘무명’이다. 연예인이 아닌데 연예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만들어진 단어! ‘인플루언서’
인터넷의 발달과 1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나 또한 그들의 방송과 피드들을 보며 그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들을 소비하던 소비자였다. 바쁜 현대인은 이제 더 이상 생방을 기다리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에 맞게 필요한 콘텐츠를 찾아서 소비한다.
어느 곳에서나 소비자와 생산자가 존재한다. 소비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생산자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2.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못하면 생산자가 되지 못한다. 내가 생산자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었다고 한들 내 콘텐츠가 소비되지 않으면 생산자가 되지 못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 하나와 내가 선택받는 것 하나가 골고루 충족되어야만 생산자로서 살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는 ‘루저’. 생산자는 ‘위너’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소비자로서도 살고 생산자로서도 산다. 그런데 이상하게 sns상에서는 생산자가 되어야 ‘위너’인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소비자로서 내 삶에 도움되는 콘텐츠들을 무료로 접할 수 있기에 얼마나 좋은가. 생산자들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수없이 애를 쓰는데 소비자는 무료로 그 콘텐츠들 모두를 누릴 수 있다. 내 삶을 우선에 두고 서브로 콘텐츠들의 도움을 받으며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소비자로 사는 것이 ‘위너’ 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10년간 전업주부로 살던 나는 최종 목표로 두던 임용시험에 불합격하고 sns세상에서 ‘나노(nano) 인플루언서’로 살고 있다. 20년 2월 말에 sns를 시작했고 8개월이 되어간다. 그 사이 내 삶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지만 5개월 만에 팔로워 3천이 되었고, 블로그는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 네이버 메인에 2번 오르고, 곧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되고 한 달 사이에 나의 글은 다음 메인에 4번이나 오르게 된다. 네이버 메인에 오르면 나의 글 하나는 조회수가 몇만이 된다. 다음 메인에만 올라도 조회수는 9천이었다. 이렇게 나의 글이 소비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사업자를 내어 ‘1인 기업’ 대표가 되었고 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왔다. 이 모든 것이 8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튜브로 확장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sns상에서 철저하게 소비자로서 살던 내 삶이 갑작스레 생산자의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시도하기 전에는 몰랐던 나의 능력이다. 나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학창 시절 그 흔한 독후감 상도 한번 받은 적이 없고, 글쓰기 대회에 나간 적도 없으며 선생님에게 글을 잘 쓴다는 칭찬 한번 받은 적이 없다. 일기도 꾸준히 쓴 적이 없고, 다이어리는 연초에 사고 연말에 버리는 것이 연중행사였다. 그런데 내가 sns를 하면서 글을 잘 쓴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이렇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단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글이란 것은 놀랍다. 내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가 실체가 되어 나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을 때에는 일단 펜을 들고 무엇이든 써보라. 내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일단 펜과 노트를 든다. 주제를 쓰고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일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글과 인터넷이 만나면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내 글이 세계 어디로든 퍼져나갈 수 있다. 나의 생각이 남들의 공감을 받는다는 것. 꽤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다수에게 도움이 되고 영향력을 미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내 삶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는 글을 쓰며 나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배움을 좋아하고 배움을 잘한다. 시험은 싫지만 공부는 좋다. 시험 없는 공부가 어디 있나 했는 데 있더라. 나는 지금 시험 없는, 나를 돕는 공부를 하면서 산다. 매일매일 공부다. 하루에 자기 계발로 투자하는 시간이 5시간은 되는 것 같다. 독서를 하고 강의를 듣고 연구를 하고 글을 쓴다. 그냥도 쓰고 sns를 위한 글도 쓰고 출간을 위한 글도 쓴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를 도우며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 요즘은 특히 ‘남을 돕는다는 삶이 이렇게 신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얼마 전 내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보험’에 대한 주제로 짧게 3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나는 보험전문가가 아니다. 2년 전 우리 집의 재무상태를 점검하면서 보험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때 필요 없는 담보를 빼는 ‘보험 다이어트’라는 것을 했다. 대본도 없었고 준비 없이 가볍게 켠 ‘라방’이었다. 나의 경험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평일 낮 시간에 100분이나 나의 라방에 참여를 하셨고, 워킹맘들의 강력한? 항의로 저장해서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의 조회수는 2천이 넘었고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너무 도움되었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들었다고, 보험전문가가 들어도 요약정리를 잘하셨다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그리고 그 영상의 저장 횟수는 140이 넘었다. 이 일을 경험하고 나는 더욱 타인을 돕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이것이 ‘영향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작은)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다.
나는 인플루언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아니다. 나노(nano) 인플루언서쯤 되나 보다. 나의 이야기를 사랑해주시고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다. 나의 작은 채널에서 만큼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작은 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