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상
영하 10도의 한국 겨울을 살다가 영상 10도의 그리스 겨울로 돌아왔다. 한 달 동안 한국에서 매일 바쁘다가 아테네 공항에서 집까지 오는 차 안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한 달만의 여유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고, 다시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도착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짐을 얼추 정리했다. 허리와 손목이 뻐근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은 아직 정리를 못하고 책상 한편에 쌓여있다. 책의 세계는 놀랍다. 좋은 책들은 매번 출간된다. 그래서 최신간이 최고의 책이 될 때도 빈번하다. 그리스에 있을 때도 하나둘씩 동생 집에 주문해 놓았었는데 이번에 모두 가져올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 한동안 독서가 나의 일인 양 종일토록 책을 읽고 기록했다. 그 기간에 다시 한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좀 더 넓어졌다. 지금은 그때만큼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매일 한 번씩 알라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관심분야의 신간들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이 나올 때마다 전자책 발행 알림을 신청하고, 전자책 발행이 매우 늦거나 안 되는 책들, 또는 이번에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될 것 같은 책들은 동생 집으로 주문해 놓는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내가 하는 루틴이다.
그리스의 겨울은 한국보다 따뜻하지만 집은 한국보다 춥다. 매우 덥고 아주 추운 한국의 날씨는 냉난방에 적합하게 발달되어 특히 겨울에는 집에만 들어가면 따뜻하다. 하지만 그리스는 따뜻한 날이 추운 날보다 더 많고 춥더라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난방 시설이 한국만큼은 아니다.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리스의 대부분의 집들은 아주 오래되었다. 지은 지 20년 된 건물이 비교적 신축이라고 하니.
그래서 어떤 때는 차라리 실내보다 밖에 나가는 것이 낫다. 오히려 추위를 덜 느낀다. 겨울실내기온이 12-15도 정도라 히터를 켜는 대신 옷을 많이 겹쳐 입고 길고 따뜻한 양말을 신는다. 나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쌀을 사러 나갔다가 장 봐온 단감과 귤이 맛있다. 이번에 과일을 아주 잘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