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홍염살 07화

스물, 수현

#스무 살, 처음

by young

으레 모든 사람의 처음이 그렇듯 내 첫사랑도 절실했다. 지금의 내겐 없는 순수한 간절함으로 나는 민준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시시한 미신에 기대어 점을 쳐보기도 하고, 괜스레 로맨틱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내 사랑을 대입해보기도 했다.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바보 같은 말을 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당연하게도 이 미숙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준이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며 곤란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성별 때문에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 머리를 고무망치로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짝사랑하던 이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는 인터넷에나 떠도는 가십이라 생각했었다. 수십 번 수백 번 공유되어 원래의 활자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그 오래된 가십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우리가 쌓아 올린 관계에 촘촘히 들이찬 애정은 내게는 사랑이었고, 그에게는 우정이었다.

민준에게 했던 고백은 내 생의 첫 번째 용기이자 마지막 용기였다. 이 사랑의 실패가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신입생.

새내기.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청춘의 단어인가!

나 또한 실연의 아픔은 가슴 한편에 밀어 두고 찬란한 스무 살을 맞이했다. 내게 대시했던 선배들을 모두 피하고 내 옆 자리를 차지한 것은 한 살 연상의 최수현이란 동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겁쟁이처럼 굴었고, 이런 겁쟁이에게 질리지 않은 건 수현뿐이었다. 굳이 그를 선택한 건 아니었기에, 나는 수현을 내 호기심을 채우는 용도로 곁에 두었다. 아니, 호기심이라기엔 욕구를 채운 것이 맞다. 호기심 또한 알고 싶은 욕구이니.

“괜찮아?”, “아파?” 같은 질문들과 함께 나는 처음을 겪었다. 내 처음을 함께한 수현은 나와 같은, 무언가 해낸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같은 순간을 보냈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마 그는 여자친구의 첫 상대가 자신이라는 사실에 만족했을 것이다. 반면 나는 '드디어 김윤서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네' 하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서로의 욕구를 채우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관계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시기가 왔다.





스무 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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