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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재 Oct 11. 2022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파이어족 이야기

인생 최악의 인간들을 만나다[2]

며칠 후 통화했던 조합 분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분은 본인이 김삼례라고 소개하시면서 그 동안의 재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현재 비대위와 조합의 대치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 이였습니다. 

우리 구역에는 재개발 초창기부터 조합장을 맡아 온 김순옥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구역에 공사수주를 하기 위해 H건설사가 한창 활동 중이었습니다. 김순옥과 H건설사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자 김순옥은 H건설사에 점점 무리한 금전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요구를 받아주던 H건설사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김순옥의 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하였고 김순옥과 H건설사의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김순옥은 H건설사가 자신의 요구를 더 이상 들어주지 않자 새로운 건설사인 D건설사를 데리고 왔습니다. 김순옥은 D건설사와 함께 H건설사를 밀어내려 하였고 이대로 밀려날 수 없었던 H건설사는 김순옥을 조합장에서 해임시킬 방법을 생각합니다. 


H건설사는 김순옥조합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그 동안의 비리를 모두 폭로합니다. 그 내용을 보고 화가 난 조합원들은 김순옥 해임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김순옥조합장 해임 총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김순옥조합장은 해임되었고 새로운 조합장 이형진씨가 취임하였습니다. 김순옥 조합장은 해임 되었지만 김순옥조합장을 따르던 다른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만들어 조합을 계속해서 방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사업은 계속해서 연기되었고 사업이 늘어진 만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조합장의 조합은 비대위와 D건설사에 대항 할 힘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D건설사는 김순옥조합장에게 금전적으로 충분히 보상할 것을 약속했고 김순옥은 비대위들에게 보상을 나눌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비대위들에게는 충분히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지만 새로운 조합장과 조합은 싸워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조합은 아무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으며 원칙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길 원했습니다). 


조합의 청렴결백 한 운영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이익도 없는 조합을 위해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조합은 비대위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힘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비대위에게 당하기만 하는 조합을  조합원들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김삼례님은 이러한 조합에 대한 상황을 저에게 말씀해 주셨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문의를 하셨습니다. 전 지금 D건설사와 비대위의 힘이 크기 때문에 지금 조합만의 힘으로는 대적하기 힘들 것 같으니 H건설사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조합장은 원칙주의자 였고 지금 H건설사의 도움을 받게 되면 추후 H건설사가 하자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H건설사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조합은 계속해서 비대위와 D건설사에게 밀려났고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전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조합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저는 사업진행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답변만 하고 돕지 않았습니다. 

일도 바쁘고 다른 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대위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되었고 카톡방에서 만 도와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에 또 다른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전에 진행 됐던 김순옥조합장의 해임 총회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고 비대위들은 이것을 빌미로 무효소송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비대위의 공격은 계속 되었지만 다행히도  김순옥조합장의 해임 총회는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열린 김순옥조합장 해임 총회는 문제없이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김순옥조합장의 해임이 결정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임 총회가 끝나고 조합원들이 총회장을 떠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김순옥씨가 밖에서 자기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시위 중입니다. 다들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합에서 일하시는 한 분이 위와 같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총회장을 떠났고 저도 총회장을 나섰습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가 났습니다. 그리고 냄새가 나는 곳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80세  가까이 된 할머니 한 분(김순옥조합장)이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경찰들이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80세 가까이 된 노인이 몸에 스스로 휘발유를 뿌리게 한 것일까…?’


‘대체 어느 정도의 돈을 받기로 했으면 그것을 포기하지 못해 저렇게 까지 할까?’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독하게 만들 수 있는지 겁도 났습니다. 


또한 이 싸움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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