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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Apr 07. 2024

’눈물의 여왕‘에서 말하는 결혼제도의 모순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 하지?”


주인공 현우는 결혼을 후회하며 친구에게 탄식하듯 말한다. 현우의 친구이자 이혼 전문 변호사 양기는 대답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혼이 독점 계약이라는 거야. 독점이니까 노력을 안 하잖아. 그럼 실망하고 그러다 싸우고 그러다 나 찾아오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사랑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거지. 사랑을 더 오래 하고 싶으면 결혼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화제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의 대사를 보며 많은 부부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결혼식 장면




나는 결혼 10년 차, 한 남자의 아내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느 부부처럼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내가 왜 이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 후회스러운 시간도 많았고 매우 원망했던 시간들... 함께 있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새벽에 집을 뛰쳐나가기도 여러 번 했었다. 이 결혼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최근 몇 주 동안 나는 10년 동안 깨닫지 못한 나의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보이지 않던 나의 들보를 보게 된다.


첫째, 아내인 내가 남편보다 낫다는 착각에서 나온 교만이다. 아내인 내가 말한다. “나는 내가 당신보다 내면은 건강하다고 자만하고 당신을 나보다 못하다고 여겼더라. 당신은 아프고 나는 건강하다고 완전히 착각했던 거야. 나도 아프고 당신도 아팠던 것인데.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남편이 나에게 말한다. “알았으니 괜찮아. 말해줘서 고마워”


둘째, 남편이 아내인 나의 말을 오랜 시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이. 제. 야 깨우친다. 그는 이미 나의 말투 속에서, 단어 하나하나에서 모두 느끼고 있었다. 나의 설렘을, 나의 두려움을, 나의 강박을, 나의 조급함을, 나의 패기를, 나의 호들갑을, 나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모두 느끼고 있다.


그는 늘 나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구나…그동안 나는 그의 말에 경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을까? 그래서 그는 제발 귀를 열어 들어달라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던 것일까? 나는 얼마나 사과할 것들이 많이 남은 것일까?


나의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이 깨달음이 누가 먼저이든 상관없이 먼저 깨닫는 사람이 먼저 용서를 구하고 먼저 사과를 할 때 관계는 재탄생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남편이 집안일을 일부러 거들떠보지 않았던 이유가 아내인 나에게 상처를 많이 받고 내가 미웠기에 보란 듯이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었다. 나의 진정한 사과 이후 남편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집에 있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돌본다.


남편이 아침마다 나에게 짜증을 낸 것은 그의 예민한 아침에 나에게 받은 상처가 아파서 아내인 내게 화를 풀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나의 진심이 전해졌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도 스스로 행동을 돌이킨다.




우리 부부는 10년이 지난 이제야 서로의 마음과 입장을 알아가고 있다. 아내인 내가 남편에게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날이 결혼 1일 차 시작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상처 주었던 시간을 보듬어 서로에 대해 다시 시작하기로 한 그날이 감사하다.


처음부터 다시 남편을 제대로 알아가려고 한다. 그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그가 어떤 행동에 감동하며 그가 사랑을 느끼는 언어가 무엇인지 아내인 나는 이. 제. 야  알고 싶어 진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독점계약이고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구속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상황일 뿐이다. 이 상황 속에서 나는 그에 맞는 태도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결국 통제 가능한 것은 오로지 나의 태도와 반응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통제된 상황 속에서 사랑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자유는 영어로 'freedom'이다. 'freedom'의 어원은 고대영어 'freodom'에서 유래된 말로 자기 결정의 힘, 자유 의지의 상태'를 의미한다.


진짜 자유는 구속된 외부상황 속에서 자기 결정의 힘, 그 자유의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


월 . 수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15일마다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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