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직후 어니스트란 소년은 마을 앞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매일 보고 살아간다.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장차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되어 사회에 큰 유익을 끼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아이가 점차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얼굴 또한 큰 바위 얼굴을 그대로 닮아가게 된다는 마을의 전설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를 생각하며 진실하고 온순하며 겸손하게 살아간다. 어니스트에게 큰 바위 얼굴은 유일한 선생님이었다. 세월이 흘러 마을을 지나는 돈 많은 부자, 용맹한 장군, 청산유수 같이 말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시인 등을 만났지만 실제 만나보니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부자는 영약하고 탐욕이 가득 찼고 장군은 용감해 보였지만 선량한 지혜와 따뜻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능력 있어 보이는 정치인에게는 큰 바위 얼굴의 장엄함과 신과 같은 사랑의 위대한 표정이 없었다.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야!
시인이 소리쳤다. 어니스트는 그 말에 환호하지 않았다. 어니스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큰 바위 얼굴의 용모를 갖고 나타나기를 마음 깊이 소망했다(주).
어니스트는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평생 도시에 가보지 않았고 또렷한 야망을 갖고 살지도 않았다. 그러나 진실한 소망을 바라며 살아갔을 때 어느 순간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 잠시 머물렀다. 맞아! 내가 비록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바위 얼굴을 자주 바라보며 아주 작은 일에도 온 정성을 기울이며 매사에 내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정성을 다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진심을 다해 대한다는 것, 그것이 진짜구나. 거기에서부터 누군가의 인생의 깊이와 넓이가 생기는 거였어!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적이 아닐까?
나는 타고나길 어니스트처럼 겸손과 온유를 착장 한 사람이 아니다. 욕심도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 그래서 늘 '내가 큰 바위 얼굴이 되어야지'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만 잔뜩 올려놓고 스스로의 위치를 만족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나를 위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고 있는 중이니까,
어니스트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나의 분수를 제대로 알고
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려는 마음.
그 사람은 결코 내가 아니지만
큰 바위 얼굴을 선생님 삼아 닮아가려고 하는
그 마음.
나에게 주어진 일,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정성으로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열심히 가정을 섬기고 나에게 온 하고 싶은 일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고, 이런 하나하나 작은 기적들이 모여 나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이루고 어떤 업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순수하게 정성껏 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다.
큰 가치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작은 가치들을 하나씩 지켜나가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육일약국의 기적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읽는 속도도 늦고 눈도 좋지 않아서 독서를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독서를 하다 보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서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독창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며,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을 사귀면서 어떤 일을 직접 하며 깨닫는 성격이라서 간접경험인 독서보다 직접경험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서 또 한 번 나는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물론 간접경험인 독서가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잘 맞는 여러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알아가는 것이지 독서가 무조건 좋다는 정답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오는 일이 크고 작음을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정성껏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 그 원리를 깨닫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온 가족으로 묶어준 사람, 내 주변의 소중한 인연들.. 모두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라는 것을! 나에게는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 가족, 그리고 정말 선하고 맑은 친구들이 많은데 모두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드는 책이다. 한 번 말고 두 번, 세 번 읽어도 가치가 충분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다.
주) 육일 약국 갑시다, 김성오, 2021, 21세기 북스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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