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해외출장을 간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다소 낯간지러울 수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패스가능합니다.
결국 새벽에 깼네. 지금은 두시 사십여분을 지난 26일 목요일.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을 보냈는데 옆에 없으니 잠을 푹 못 자나 보다.
“나 사랑하긴 하냐” 라며 11년 가까이 살면서 사랑을 재차 확인하는 당신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와 헤어질 때마다 엉엉 우는 딸아이를 볼 때면 당신을 꼭 닮은 모습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
나는 왜 그 순간 감정을 오롯이 느끼지 못할까? 아니 감정을 표출하는데 한 발짝씩 늦는 걸까? 참 뒷북이야. 쿨병에라도 걸린 환자처럼. 뒤늦게 혼자 눈물을 훔치며 편지를 쓰는 중이라니. 나 원 참! 나도 못 말린다. 그치?
올 해는 헤어짐의 연속이다. 떨어져 있을 때 소중함을 알게 하시려고 그러나?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강한 척 오지게 하는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하시려고 그러나?
남편~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는 일이 진짜 어려운 것 같아. 11년 가까이 살고 있는 남편에게 조차도 마음 놓고 끝끝내 마지막 문을 활짝 열지 못하는 나를 만나는 중이야.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나 아닌 타인의 세상을 만나는 게 나한테는 많이 무서운 일인가 봐. 이런 어른 아이를 어쩌면 좋니..
당신이 매번 나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줘서 정말 고마워.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는데.. 나 혼자서 충분히 고요하게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내에게 사랑을 확인하게 만드는 집착남으로 치부해 버려서 정말 미안해.
나라는 세상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게 도와줘서…‘나와 너’라는 두 사람이 만나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조금씩 용기가 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볼 용기. 누군가를 나의 세상에 초대할 수 있는 용기말이야. 지금껏 돌아보면 나에게는 당신이 꼭 필요한 존재였구나 싶어. 당신 같이 집요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당신처럼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쉽게 변하지 않을 사람이니까.
ps. 2주 후에 만나면 나를 꼭 안아주기를 바라. 엄청나게 매력적인 아내가 또 달라졌으니까 푸힛
https://youtu.be/bQzv8He-UqM?si=C0xi3A47tqxNcqu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