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전반은 부모님이 망쳐 놓고 후반은 아이들이 망쳐 놓는다. -클라렌스 다로우-
매우 극단적인 글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나는 부모의 가치관, 가정환경을 그대로 담아 내가 정말 어떠한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엄마의 형상대로 아빠의 모습대로 성인이 된 사람이다. 물론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예외의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부모의 그림자가 나라는 사람과 뒤섞인 상태로 어른이 된다.
그리고 살아가며 부모의 영향 아래 존재하는 것 가운데 나라는 사람과 맞지 않은 옷들은 하나씩 거두어 내며 누구의 자녀라고 정의되었던 자신을 뒤로하고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나라는 사람을 발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뒤엉킨 것들 중 어떤 것이 내가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부모가 되고 또 부모의 모습대로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닮은 아이에게 자신이 찾지 못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애를 쓴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결국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가장 상처를 받는다. 자녀를 위해 살아가고 자녀에게 기대하며 자녀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무한반복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불행은 대대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지 못하고 헤맬 때에도 엄마인 나를 보며, 아빠인 내 남편을 보며 자라는 아이에게 우리 부부의 병듦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 병듦을 해결할 수 있는 분에게 절규하며 기도했던 것 같다.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도와주세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딸아이의 인생을 위해서였다. 나의 딸이 우리 부부를 보며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도록, 해보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내가 된다면 나는 제대로 잘못된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 아이는 부모의 사랑의 결실이다. 결국 부모의 갈등으로 인한 불행은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감사하게 우리 부부는 매일 좋아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또 변화가 있었는지 작은 티격거림도 사라졌다. 남편이 나의 심적 변화를 민감하게 재빨리 알아차리는 센스 있는 남자여서 참 감사하다. (지독하게 예민한 남자라 같이 살기 상당히 고통스러웠는데 반대로 생각하니 감사한 점이 되더라)
사실 치열하게 싸우는 예전에도 대화는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냉전상태를 지속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었지만 고성이 오가는 그 싸움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바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아이에게 더 이상 상처 주고 싶지 않은데 나의 약함으로 인해 아이의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발버둥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싶은 소망이 컸기 때문일까.
우리 가정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용히 새어 나오는 빛이 우리 부부의 마음을 만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딸아이에게 본이 되는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방향을 올바로 잡아가고 있다고 하면 섣부른 오만일까?
아이 한 명을 올바르게 키우는 것은 매우 고귀한 일이다. 신의 축복이며 선물인 하나의 생명체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일은 어깨가 매우 무거운 일이기도 하다. 9년 전 나에게 주신 선물을 보내주신 이유는 우리 부부가 가장 잘 키울 수 있다고 미리 믿어주신 것이 아닐까? 우리 부부의 이러한 변화까지도 미리 알고 계시는 신(하나님)께서 말이다. 오늘도 이 마음가짐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엄마품에 쏙 안기는 딸아이를 마음껏 사랑해 줘야겠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지만 넘어지면 나는 또다시 일어나 그렇게 나아갈 것이니까. 그것이 내가 엄마가 된 이유가 아닐까? 먼 훗날 엄마도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딸이 알아주면 좋겠다. 몰라줘도 어쩔 수 없겠지?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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