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선생님 읽어주셔요. 낙조는 말이 없고 청산은 태고의 역사를 읊으며 아스라한 기억들을 실은 세찬 바람이 계절의 입김으로 내 볼에 와닿습니다. 섭리에 따르는 계절의 순서 앞에 낭만을 만끽하는 앙상블 아니면 속죄하는 참회의 몸부림 오직 젖어진 하늘 조각을 마구 흩날리며 계절을 반항하듯 낙엽은 갔나 봅니다. 먼 훗날 구름이 머물다 간 세월의 뒤안길에서 어린 시절의 그날을 그리워하며....(중략)
<편지 2>
차숙아 읽어주렴. 차숙이 너 서신 반갑게 받아 보았다. 우리는 추운 겨울 날씨에 늘 몸조심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돈을 벌인다. 차숙아, 우리 돈 많이 벌어서 너무 못지않게 살자. 참! 너 내 물건 찾아 주니라고 수고 많이 했지. 고마워. 내가 너 신정 때 집에 안 갔는 줄 알고 3일 아침 일찍 너한테 가서 놀라고 해서 서대구 시장에서 너 줄라고 과일과 떡을 사 가지고 가다가 대구은행 앞에서 아버지한테 붙들려서 집에 가자고 해서 집에 왔다. 차숙아! 부디부디 몸 건강하기를 바란다.
* 참 내가 1월 말일에 월급 타로 가는데, 잘 주겠니? 돈을 주야지 구정을 시는데, 안 주면 어떻게 하꼬. 차숙아 한번 놀러 와. 109번 타고 서대구 시장 앞에서 내려서 31번, 32번 타고 안내양한테 농촌 지도소 내려 달라고 하면 돼. 안 그러면 항대 입구 앞에서 내리고 보면 내가 다신 동신직물 문이 있다. 반대 방향으로 건너서 보면 고물상이 있어. 그 옆길로 가면 주택이 많아. 앞에서 셋째 집이 우리 집이고 도로에서 3분만 걸으면 된다. 꼭 놀러 와. 이만 안녕. 편지할 때 우편번호 좀 적어도.
두 편지 중 어느 글이 더 와닿고 진심이 느껴지는지? 이전에는 첫 번째 글처럼 요란스럽게 꾸미고 유식하게 보이는 단어로 포장한 글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두 번째 글처럼 편지 받는 차숙이가 되어 차숙이 마음을 담아 읽게 되는 글, 차숙이의 기쁨을 느끼게 되는 글이 더 와닿는다.
좋은 글이란 자신만의 언어로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글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뽐내고 싶어서 혹은 유식함을 드러내기 위해, 아니면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게 위해 쓰는 글도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는 있겠지만 어쩐지 진실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좋은 글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언어의 색이 드러날수록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내가 느껴지는 글. 나의 진심이 담긴 글 말이다. 나는 어린아이 같다. 순수하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동심을 지키고 싶은 사람. 동심은 유치해 보이고 바보 같고 이해타산을 잘 모르고 솔직하다. 거짓을 꾸미기를 싫어하고 동정심이 많다.
동심은 서툴고 어설프지만 또 야성을 지닌 것이기에 무모한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이고 싶다. 글쓰기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이 책, '글쓰기 이 좋은 공부'를 읽으며 어린이가 쓴 글을 많이 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이 쓴 투박하고 서툰 글 속에서 아이들의 진심을 발견하는 일, 동심을 지닌 아이들의 날것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동심을 더 알아가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주) 글쓰기 이 좋은 공부, 이오덕, 2017, 양철북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