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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Oct 14. 2024

상대를 사랑하는 일 이전의 일

*해당 브런치북은 개인적 신앙에 따라 성경적 가치관에 근거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배려인가 불안인가

매 주일, 나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영유아 예배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기 때문에 미리 예배를 드리려면 가장 빠른 시간인 7시 30분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 딸아이 아침을 챙겨준 뒤, 오전 10시부터 올빼미형 남편을 깨운다. '일어나요 예배 가자!' 그렇게 다시 11시까지 온 가족이 교회를 가는 스케줄이다.


번거로워 보이는 이러한 루틴은 스스로 일어나기 버거워하는 남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아이를 챙겨서 제시간에 올 수 있을지 그를 못 미더워하는 불안한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코로나팬데믹이 잠잠해질 무렵 다시 현장예배가 재개되고 이 방식을 택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파서

마침 어제 주일은 아가들 예배 봉사하는 청년선생님 중 한 명이 어학연수를 떠나 송별회 겸 청년선생님 4명과 점심을 먹는 약속이 있어서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빠이빠이를 했다.


떠나는 친구가 아가들을 많이 사랑하고 아쉬워하는 마음도 크기에 떠나는 길 챙겨주면 서로의 마음이 따땃해질 것 같아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리더도 아닌데 오지랖을 부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청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좀 더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분주해서 놓치는 것들

오후에는 젊은 가정 목장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어 부부들이 말씀을 듣고 나누는 시간이 있다. 점심 모임으로 이미 늦었지만 우리 조 한 분이 생일인데 작은 파티를 하기로 했던 일이 생각나 근처 베이커리에서 얼른 케이크를 구해왔다.


오전에 넌지시 전해 들은 이야기도 있고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껏 꽤나 분주했기 때문에 젊은 가정목장에서 나눔을 하는 시간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리더이기 때문에 나눔을 리딩해야 했다.


몸 컨디션도 좋지 않고 양육으로 지친 한 가정에게 내가 질문을 건넸을 때 남편이 책상 아래 내 무릎을 치며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차 싶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말. 순간 상대에게 미안하고 정신없던 나 때문에 미처 배려하지 못한 것이 속상했다.

직진본능에게는 빨간불은 필수

#화살은 모두 남편에게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불평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젊은 가정목장의 조장은 내가 아니라 우리라고. 오늘 같이 내가 바쁜 날에는 팔짱 끼고 마치 구경꾼이라도 된 것처럼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도 시큰둥하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리더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목사님이 나보고 하라고 한 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 하라고 세워주신 거라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까 그런 순간에 내가 미처 배려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당신이 미리 나섰어야 한다고.


보통 이런 불만을 토로하면 반격하는 남편인데 어제는 바로 수긍하면서 알겠다고 했다. 딸아이가 '엄마아빠 싸우는 거야?'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부부사이의 긴장은 완화되었다. 최근 한 두달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불안에 떨며 이러한 질문을 던질 일이 없었는데 잘 참아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진심으로.


#정작 원하던 나의 욕구를 포기함

교회 스케줄이 모두 끝나고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팝업전시 마지막 날이라 성수동에 가려고 했는데 나도, 남편도, 아이도 모두 집으로 가는 게 낫겠다 판단해서 이후 일정을 취소했다. 가고 싶었던 전시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어제의 일정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요 몇 주 간 나 자신에게 밀려오는 마음들에 반응하느라 누군가를 만나고 내 입장에서는 위로하고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열정을 쏟아부었던 게 아닌지. 천천히 가도 되고 서서히 해도 되는 일은 없었나. 돌아보게 된다. 왜 내 마음이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는지, 이 마음을 어떻게 지혜롭게 잘 다스리며 다뤄야 할 것인지. 나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숙제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일 이전의 일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 전에 나 자신이 주시는 사랑 안에 충만하게 채워져야 함을.. 누군가를 격려하고 지지해 주기 이 전에 나 자신을 토닥여주고 지지해 주는 일이 먼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가려진 깨끗한 영혼을 계속 불러와 키워나가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신앙적인 단어를 사용한다면 내 안의 성령 하나님을 보게 되는 일, 내가 세상에 비출수 있는 빛을 보게 되는 일. 나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세력으로부터 매일같이 저항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니까.


남을 돌보고 사랑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채워지는 일에 더욱 부단히 애써야 함을.. 나 자신부터 위로해 주고 나 자신부터 응원해 주는 것을 연습해 보자. 나부터 괜찮고 나부터 충만하게 넉넉해야 넘치는 것을 전해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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