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Choi 최다은 Oct 16. 2024

당신을 죽이지 못한 것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내면의 어딘가 아주 깊은 곳에 치유할 수 없는 결함으로 인한 고통이 나를 잡아 삼킬 것 같은 두려움. 그놈을 다스리기가 어려워 집으로 향하던 차를 돌렸다.


‘90 데시벨이 넘게 30분 이상 노출되면 청력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라는 스마트 워치의 알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을 고막 터지게 틀어 놓고 속도를 내며 홀로 드라이빙을 한다. '또 지랄병이 도졌군, 징글징글한 마음의 병.'


도약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제자리에 머무는듯한 모든 것이 지친다. 불평과 못마땅함이 나를 덮쳐 자기 회의로 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치고 있는지.


아니, 아니다. 나란 사람에게 약함에 몰입할수록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라는 지옥에 갇혀버린. 이것은 병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끈질기게 나를 괴롭힐 병.


나를 어쩌면 나보다 잘 알기도 한, 남편의 툭 던지는 한 마디. “너 몸무게 확인하고 그런 것 아니야?"


내 몸을 증오하는 이유

자기 몸을 증오하는 이유는 더 근본적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성별이나 혼란스러운 인종 정체성 때문이든, 섹스와 친밀감을 향한 두려움이나 불편함 때문이든, 만성적인 질병이나 장애, 트라우마 이력, 음식과 식이문제, 몸에 '갇혀'있다는 실존적 감각 때문이든 쿼터라이프 시기에는 살아있고 몸이 있다는 삶의 조건과 화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쿼터라이프: 청소년기 다음에 이어지는 20여 년의 기간, 생의 1/4.

맞네. 또르르. 나의 나태함으로 관리하지 않은 몸을 외면하다가 얼마 전 책상 옆에 늘 있던 체중계에 몸을 올리는 순간,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기에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임신 전, 아니 결혼 전 몸무게를 만들고 2년간은 잘 유지하다가 어느새 모든 것을 놔버리고 근 1년 동안 무게를 재지 않았다. 실은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꽤나 스트레스받을 것이 뻔하니까.


나는 왜 소수의 인간이 만들어 낸 가치, 마른 듯 날씬한 몸이 옷맵시도 좋고 보기에 예쁘다는 그 유해한 가르침을 기준 삼고 있나. 나는 내 몸의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기능에 '실패'한 나의 몸이라 단정 짓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인가. 괴로울 걸 알면 매일같이 관리를 하던지 그렇지 않을 거면 놓아주던가.


어린이는 타인에게 의지하면서 훈육과 복종의 세계에서 성장한다.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면 이 모든 것을 초월해서 의존 상태에 머물지 않고 권위를 획득해 자신을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


나이가 마흔이 넘은 이 시점에도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방황하는 것일까. 스무 살 무렵부터 해야 할 것들을 이제야 몰아쳐하고 있는 참으로 느려터진 일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것,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익혀가는 것이다. -전이수 글, 그림-

“지금 하고 싶은 것들 모두 다 해봐.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스무 살을 갓 넘은 청년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나의 스무 살은 어떠한 빛도 스며들지 못하게 어둠을 꽉 쥐고 있는 듯 우울하고 한심한 바보 같았으니까. 줄곧 헤매는 느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완벽한 애매모호함의 매일을 송장처럼 살았다.


그러한 스무 살의 내가 다시금 떠올려질 때 나는 많이 고통스럽다. 그때의 그 시절 나를 사랑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자기 연민의 악함을 알면서도 또다시 나를, 나 자신을, 내 몸을 나는 사랑할 수 없겠구나.


당신을 죽이지 못한 것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불안과 두려움이 당신의 손과 모든 몸짓 위로 드리운다면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고 품 안에 당신을 안고 추락하지 않도록 지켜주리라는 릴케의 문장처럼. 불편함의 모든 과정은 지속적으로 겪어야 하는 성장과 성숙의 증거일 뿐.



안전한 지도의 목소리에 경청할 수 있다면

새 아침이 밝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 나의 내면에 계신 '가장 안전한 지도'를 펼친다.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성경 말씀이 완전한 안식처이니까. 그 지도에 귀를 기울이는 것, 경청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때로는 경험의 정도가 몸이 실감하는 수준보다 지나칠 테고 때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도취될 수도 있겠지. 그 무게에 납덩이를 안고 가라앉는 듯 숨이 막히는 무질서와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홍수 같은 감정이 터져 나오기도 할 거야.


제정신을 차리자. 혼자 되뇌려고 끙끙댈 수도 있겠지만 그 안정과 불안정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분명히 계속될 테니까.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것이다.








주) 어른의 중력,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2022, 월북.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