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고수를 구별하는 법
호흡을 가다듬고 심혈을 기울여 점 하나를 백지 위에 채워나간다. 가장 적당한 위치에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백발의 노장은 90도 허리를 숙이고 자신뿐만 아니라 무한의 세계를 끌어와 점 하나에 담는다. 점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또다시 몇 달 동안 이 작업을 반복한다. 어떤 점은 백지 상단에 어떤 점은 하단에 또는 중앙에 자리 잡는다. 각자의 위치에 그려진 점들은 마주한 백지와 끊임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품의 조화를 찾아 나간다.
“점은 그림이 아니라 그려지지 않은 여백을 인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표식이다.”
이우환 화백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말로 도화지에 무수한 점을 찍기보다는 여백이라는 경청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에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끝날 때 즈음 나라는 인생의 작품에 산만한 점들만 가득할지, 아니면 이우환 화백의 작품처럼 여백의 미가 강렬한 점 몇 개가 남을지는 오늘 하루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