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밑에서 ‘에효’ 소리가 절로나 크지도 않은 몸을 구부려 포복하고 너의 흔적을 하나하나 밀어낸다 아침나절 먹은 과일 파편 간식으로 먹은 허니버터 칩 쪼가리 그리다 부러뜨린 색연필 조각들 엄마 몰래 버린 야채 귀퉁이 의자 밑에 붙어있는 거꾸로 지딱 코는 비밀로 해줄게 식탁 밑에서 너의 하루와 오늘의 식 재료를 만난다 몇 년 전에 비해 줄어든 흔적들의 반경만큼 너의 나이가 자라고 있다 매일 하는 작은 여행이지만 매번 큰 숨 한 번은 필요해 ‘에효’ 엄마의 식탁 밑 여행이 끝날 때 즘이면 너는 내 품을 떠나 너만의 여행을 준비하겠지 빨리 좀 커라 하면서 마음은 천천히 커라 식탁 아래 꼼지락 발가락 열 개를 간질여 앙증맞은 발가락 열 개를 마음에 담고 엄마만의 식탁 밑 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