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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17. 2024

나의 이생 20

남자중학교 선생님들 (10)... 2탄 완결의 시간

이제까지 기술했던, 차례대로 OOO 도덕 쌤, OOO 한문 쌤, OOO 담임 쌤 이 세 분 모두가 나의 남자중학교 생활에 물심양면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신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이 분들의 공통점이라면, 세 분 다 여자 사람 선생님이란 것. 다들 매우 쌘케였지만, 나에게만은 유독 정이 많으셨고 아주 가끔은 친절하기까지 하셨다. 그나저나 오죽이나 그 분들이 고마웠으면, 중학교 시절 이 분들 중 한 분의 성함을 거꾸로 한 제목의 소설책을 쓰면 어떨까 하는 구상까지 할 정도였으랴. 하긴 내가 참 엉뚱하긴 하지...

  

이 분들 이외에도 그 남자중학교에서 만난 여러 은사님들을 떠올려 본다. 2학년 담임이셨던 담배를 많이 태우셔서 항상 얼굴이 까무잡잡하셨던 (돈이 없으신건지 아님 운전을 못하시는건지 맨날 낡은 자전거로 출퇴근하시던) OOO 국어 쌤, 3학년 담임이셨던 베토벤 머리에 굵은 성악가 목소리의 (덩치에 걸맞지 않는 국민차 티O를 타고 다니시던)OOO 음악 쌤... 굳이 기억에 길이길이 남을만한 어떤 특정한 에피소드는 없었을지라도, 그 존경받기에 합당하신 분들의 따스한 말 한 마디에 나는 불우한 환경 탓에 자칫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던 남자중학교 기간을 간신히 참아 견뎌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학생... 국민학생처럼 아주 작고 가냘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생처럼 이미 어른만큼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어린이도 청소년도 진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시기의 인격체... 그 중학교 시절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진정 한 사람의 운명이 그리고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형성될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나는 이전 글들에서 써내려간 일부 몰지각한 폭력투성이의 선생님 코스프레하는 저급한 인격의 교사들도 겪어 보았지만... 그와 전혀 다르게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또 하나같이 애정과 관심을 듬뿍 담아서 진심 걱정하고 아껴주실 줄 알았던, 진정한 선생님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물론 현재의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을만큼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른지 몰라도, 최소한 오늘날의 이 사회에 속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것도, 그 시절 그런 선생다운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는 남자중학교 3년 동안 가정에서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관심과 애정을 학교 안에서 몇몇 귀한 선생님들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받아왔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입학 초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다소 갈피를 찾지 못하던 학업 성적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2학년이 되어서는 반에서 언제나 3등 이내의 성적을 유지하더니, 급기야 2학년 2학기 때에는 모의고사였던가 중간고사였던가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하게 되었다. 뭐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가진 거라고는 비상한 머리 하나가 전부인 나로서는 공부 아니고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기에... 나는 공부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꽤 쓸만한 성적표를 매번 받아들 수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였나 수학을 잘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학학원은 고사하고 그 흔한 수학학습지 하나 집에서 시키지 않으셨으니 나 혼자서 수학공부하는 데에는 일부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2학년 2학기에 다른 학교로부터 새로이 수학 선생님 한 분이 전근을 오셨다. 그게 가능한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작년까지 고 3 수학을 지도하셨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는지 정통하고 있다고도 하셨다. 중학교 3개년의 수학을 1개월 이내에 총정리해줄테니, 잘 따라오기만 하면 수학성적이 급상승할 꺼라고 호언장담을 하셨다. 나는 순진하고 또 단순하였다. 그 수학 쌤이 가르쳐 주시는대로 그대로 열심히 따라갔다. 지난 2년 동안 잘 모르고 흘러갔던 수학수업처럼 그저 그랬던 나의 수학성적이 놀랄 정도로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중략하고... 나중에는 수학 시험 마치면 나는 언제나 수학 쌤에게 크게 야단을 맞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번 한두개씩 실수로 틀리는 나에게, "너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100점 맞을 수 있는데, 그렇게 못했으니 다른 공부 못하는 애들보다 더 많이 맞아야 한다." 나는 수학 쌤의 그 야단치는 말씀이 절대 싫지가 않았다. 그만큼 나를 아껴주시기에 나의 발전을 위해 매를 아끼시지 않는 것이였으니... 끝끝내 나는 그 수학 쌤에게 단 한 대도 맞지 않는 상황 즉 수학 100점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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