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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by 이행복 Jan 02. 2025

믿기지 않은 소식을 접하는 요즘이다.

14년여간 기자로 살면서 수많은 사고와 사건을 취재해 왔다.

 취재는 늘 어려웠고 아팠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유족 이야기를 듣기 미안했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만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그중에서도 장례식장에 머무는 순간은 '

죄를 짓는 것 같고 죄송스러웠다.

때론 기자라는 직업에 환멸감을 느꼈다. 이게 맞나라는 의문을 해소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난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조심스레 취재가 가능한지 여쭸고, 흔쾌히 수락하면 이어갔다.

취재를 거부하면, 명함 한 장을 남기고 보이지 않은 곳으로 사라졌다.


대형사고를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트라우마는 남는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 비하겠냐만은

그 고통들을 절실하게 느끼고

사고현장을 보고 기록하면서

그날의 슬픔과 괴로움은 강한 뇌리에 박힌다.

유족들의 강한 울부짖음은 사라지지 않은 기억의 파편,

사라지지 않는 흉터로 남게 된다.


제주공항 여객기 사고는 기자가 아닌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일 때보다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사고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당시

수많은 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때들이 순식간에 밀려와 떠올라

가보지 않아도 꼭 현장에 있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좀 더 달랐다,

사망자 중에 지인이 꽤 있었기에


업무를 하며 인연을 쌓아왔던 사람

건너 건너 이름만 알고 지냈던 사람

동료까지..


그래서일까.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사건 소식을 접하고

취재했을 때보다도 더 큰 공허함과 고통으로 밀려온다

인생의 부질함도 느낀다.


대형사고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무리한 운영이 있었다거나

부실시공과 법과 규정에서 벗어난 시설관리 태만


그리고 정치인들의 등장


사고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실속을 챙기는 사람이 등장하고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의 팽팽한 신경전

음모론들로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상처받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여러 차례다


진작 주의를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어떤  사고든 발생 전후로 징후는 보였고

이를 간과했고 뒤늦게 후회하고

반복되는 패턴이 징글맞다

 

부디 이번 사고는 사고 본질에만 집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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