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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

2024년을 보내며

by 리나

2024년은 용띠 날삼재다. 나는 1988년 용띠다.

삼재란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다. 9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3년간 재난을 겪게 된다는 속설 아닌 속설.

나는 삼재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반복되는 불행과 질병은 정말 삼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1월 초

내게 첫 불행을 가져다준 것은 1월 초 유산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아침 임신소식을 접했다.

생리주기가 귀신같이 맞아떨어졌던 나는 생리가 나오지 않음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신혼여행에서 술을 마실 수 있기에 예방차원에서 임테기 검사를 했다.

결과는 두줄 임신이었다.

꿈같았다. 발리로 떠나는 신혼여행길. 고민이 됐다.

조심조심 다니자는 생각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계획에 있던 익사이팅 일정은 모조리 취소했다.

바다를 보고 산책하는 수준의 여행으로 조정했다.


신혼여행 후

초음파로 만난 아기.

예정 주수보다 조금 작아 보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 조금은 찝찝했다.

몇 차례 병원 방문. 그리고 심장소리를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알 수 없는 처음 느껴본 감정. 왈칵 눈물이 났다.


이후 중간중간 피 비침이 보였고,

그래서 방문한 병원...


아이의 심장소리에 안심이 됐다.


그러고도 무리했다. 일에만 몰두했다.

스트레스도 극에 찌들었다.

남편과 대판 싸우던 아침.

그날은 산부인과 검진일이었다.

전날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갑자기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불안감에 휩싸였다. 의사 선생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불안하고 슬픈 감정은 틀린 적이 없을까. '


숨죽이던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심장이 더 이상 뛰질 않아요."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오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1월

내가 사는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눈 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바닥에 날카로운 물질이 있었나 보다 손에서 피가 났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다쳤던 왼쪽 손바닥은 더 아프고 부었다.

이를 지켜본 선배 한분이 엑스레이를 찍어보라 권했다.

아뿔싸 손에 금이가 사용할 수 없단다.

나는 글을 쓰는 게 메인인데 타자도 못 치다니. 손을 쓸 수 없다니.... 힘겹게 타자를 쳐야 했다.


손으로 세 달은 더 고생했다.


크고 작은 악재가 지나다 보니

삼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에잇 그런 게 어딨어 우연이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7월

이번에는 생전 걸려본 적 없는

대상포진에 걸렸다.

주변에서는 임신 걸리기 전 징후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아닌 경고.


8월

대상포진이 치유되고 교통사고가 났다.

이쯤 되니

"아 올해 징그럽다 빨리 흘려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지옥 갔던 순간.


교통사고 난 상황도 어처구니없었다

골목에서 길을 걷고 있었고 트럭이 나를 쳤다.

난 병원에 입원했다. 이 와중에

"뼈에 금 간 곳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안도했지만

줄기차게 아팠다.

엑스레이와 시티를 권했다. 찜찜했다, 그래서 임테기를 했다.

뜬 게 없다. 3일을 내리 검사했지만 반복의 한 줄


안도 아닌 안도 속 엑스레이를 찍고 시티를 찍었다.

떨쳐지지 않는 찜찜함.

그리고 다시 임테기를 했을

떠버렸다. 두줄이.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 이런 걸까.

난 올해만 두 번의 유산을 했다.


12월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던져진 패닉.

계엄이 터졌다. 역사 속에서 기록된 계엄이

또 다른 역사로 쓰였다.


"내리막이 있다면 오르막도 있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이치지만

올해는 유독 내리막만 있던 한 해였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겹겹이 쌓인 악재 속에서도

아마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운이 있었을 거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늘 새해가 시작되면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같은 맹세와 후회.

어리석음.


2025년은 내리막보단 오르막 길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행운이 가득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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