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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May 06. 2021

어? 이거 우리 얘기 아니야?

딱 걸려버린 광고주의 뒷 말


 요즘 새로운 광고주가 많이 들어왔다. 광고주가 대행사를 바꾸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성과에 불만족하기 때문에 떠돌이처럼 이 대행사, 저 대행사에 단기간씩 옮기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하게 된 8일 차 광고주, T브랜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직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어, 캠페인 최적화를 하는 단계에 있던 찰나였다. 기존에 성과가 안 좋았다고만 전달받았고 어떠한 과거 인사이트를 받지 못한 채 노베이스부터 데이터를 수집해나갔다. 인지도가 없거나, 상품이 뚜렷하게 독특하거나 예쁘지 않은 이상 광고비 지출 대비 성과가 좋기는 어려운 일이다. (대다수의 광고주가 성과를 바라고 새로운 대행사를 찾아 헤매는 것이지만)


 "T브랜드가 성과 저조한 이유가 뭘까요? 캠페인을 어떻게 바꿔보면 좋을까요? 저는 주말에 T브랜드 때문에 생각에 빠져요."


 팀에 큰 고민이 생겼다. 해당 광고주의 경우 일주일이 안 되어서 성과에 대해 계속적으로 물어보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배로 큰 상황이었다. 요리조리 시도해보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 (가끔 마케팅, 광고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케터의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 광고주의 험담(?)을 발견했다. 발견한 것도 우연한 일이었다. 평소 나는 디지털 마케터가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는데, 워낙 인원이 많기 때문에 모든 글을 읽지 않았다. 읽을 시간도 없고 영양가 없는 대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글 제목만 스캔하다가, 요즘 관심사인 <페이스북 광고 ios 이슈>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걸 발견했고, 그날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러 가지 글을 읽게 됐다. 


혹시 여기에 대행사 문의해도 될까요? 업종은 OO인데, 현재 대행사가 광고비 증액만 신경 쓰는 듯싶습니다.. 뚜렷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요. 그래서 바꾸려고 합니다.


 간혹 새로운 대행사를 찾는 글이 올라왔지만, 이번 글은 왠지 눈길이 더 가더랬다. 그런데 작성자의 닉네임이 되게 익숙했다. 어디서 봤더라.. 음.. 어? 이거 T브랜드 광고주 아니야? 


 성과 개선을 위해 팀원과 회의를 진행하고, 주말에 어떻게 하면 효율이 좋아질까 고민도 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와중에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하게 되어 힘이 빠졌다. 다음 날 팀원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놨더니 동일한 반응이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은 수치로 보이지 않으면 결국 광고주는 모르겠구나 하고.


 사실 우리가 다른 대행사에 맡겨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다만 나는 그 필드에 있기 때문에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성과를 개선하는 과정'도 인정받고 싶었다. "선배, 저 결심했어요. 어떻게든 T브랜드 성과를 개선시켜서 그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요!" 덕분에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해당 광고를 서포트하는 중이다. 성과야, 제발 좋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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