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노트_ 맨발걷기
겨우내 움츠렸던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햇살이 모래 위를 어루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약 4개월 만에 찾은 동해 행복한섬 해변, 조류변화로 갈라진 해안선이 복원되는 등 제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해안 침식과 조류변화로 인해 맨발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이곳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다시금 아름다운 백사장을 펼쳐 보이며 반겼다.
한섬 해변은 동해시 천곡동 도심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도심 속 보석 같은 해변이다. 아침마다 바다와 교감하는 맨발러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장소이며, 여행자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해안 침식으로 남쪽 송정 방향 일부 해변이 바다로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동했다. 파도가 앗아간 일부 백사장은 바닷물 유입으로 일부 백사장은 경사가 심해져 한동안 걸음마저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기적처럼 돌아온 한섬 해변을 만났다. 모래는 부드럽게 펼쳐져 있고, 해안선도 이전의 완만한 모습으로 회복됐다. 오랜만에 이곳을 찾은 맨발러들의 발걸음에는 경쾌함이 묻어났고, 도심 속 해변은 다시 활기로 넘쳤다.
모래와 바람, 파도와 햇살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맨발 걷기는 자연과 나 자신을 연결하는 작은 의식이자, 몸과 마음을 깨우는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회복된 한섬 해변 위에서 맨발러들의 걸음걸이는 더욱 가벼워 보였다. 누군가는 파도에 발을 담그며 미소를 지었고, 누군가는 모래 위를 천천히 걷으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해 아픔을 딛고 다시 제 모습을 찾은 한섬 해변. 이제야 진짜 봄이 온 것 같다. 따뜻한 한낮이나 주말이면 더 많은 맨발러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이고, 부드러운 백사장 위를 걷는 즐거움이 다시금 피어날 것이다.
자연은 늘 변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그 변화를 함께 경험하며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 다시 돌아온 한섬 해변, 다시 시작된 맨발 걷기의 계절은 동해에 우뚝 서있다.
올해 봄, 한섬 해변에서 더 많은 ‘행복한 발걸음’이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