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퇴근길 맨발걷기
늘 퇴근길 같이 가볍게 시작하는 ‘퇴근길 맨발편지’ 주말, 추암 아침 편입니다.
주말이다!
추암이다!
논문이다…? 응? 잠깐만요.
토요일 아침, 나는 결심했다.
논문이란 놈과 정면승부를 벌이리라!
그래서 나는 카페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니고, 추암 해변으로 향했다.
논문은 논리로 구조화하여 증명하는 것이라 했지. 좋아. 그렇다면 오늘, 내 맨발로 바다를 증명해 보겠다.
1. 서론: 나는 왜 추암으로 왔는가?
삶은 왜 이리 복잡한가.
논문은 왜 이리 구조적인가.
그래서 나는 자유를 찾아, 쫀득쫀득한 모래와 탱글탱글한 파도를 만나러 왔다.
바다는 질문이다.
그 위에 나는 가설을 세운다.
“걷다 보면, 뭔가 보일 것이다.”
2. 본론: 추암의 파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파도는 말이 없다.
그러나 리듬이 있다.
논문의 문장도 그래야 한다.
문장마다 근거 있고, 근거마다 연결되고, 그리하여 파도처럼 리듬을 타야 한다.
추암의 바위처럼 단단한 논리, 모래처럼 유연한 사고, 갈매기처럼 훨훨 나는 문장.
3. 결론: 증명 완료!
해변을 세 바퀴 돌고,
나는 결론을 얻었다.
논문은 결국, “논리로 삶을 구조화하는 일“이다.
혼란 속에서도 흐름을 만들고, 수많은 사실 속에서 방향을 짚는 일, 그 모든 논리를 맨발로 걷는 용기 속에서 증명하는 것.
이쯤 되면 교수님도 고개를 끄덕이시겠지?
“아, 저 친구는 추암에서 논문을 썼구나!”
오늘 나는 추암 해변에 한 편의 논문을 남겼습니다.
발자국 8986개, 물결과의 대화 7회, 갈매기 목격 2건, 그것이 나의 자료이고, 나의 결론이며, 나의 즐거움입니다.
자, 이제 다시 쓰러 가야지.
책상 위 논문이 아니라, 해변 위에서 이미 증명된 나만의 논리로.
퇴근길 맨발편지_ 조연섭 드림
오늘도 논문처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