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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손님, 맨발로 마주한 추암의 환대!

08. 퇴근길 맨발편지

by 조연섭

안녕하세요? 퇴근길 같이 넉넉하게, “퇴근길 맨발편지” 브런치스토리 연재 작가 맨발러 조연섭입니다.
오늘은 휴일, 마음은 여전히 퇴근길처럼 느긋했습니다.
맑은 공기, 파도 소리, 그리고 오늘은 아주 특별한 손님들과 함께 했지요.

춘천에서 온 귀한 손님, 강원문화연구소 허준구 소장, 유관순 열사를 화폭으로 공개해 화제를 모은 춘천 출신 레아박 작가와 국보급 인상을 가진 이름 모를 피아니스트 등 가족 일행이 김형권 화백 개인전 참석차 동해 추암으로 해변 맨발 체험을 오셨습니다.


일행은 새벽 3시 춘천을 출발할 정도로 영혼이 맑은 분들입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추암은 여명이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손을 높이 흔들며 반갑게 추암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엔 모래의 차가움에 놀라던 발끝에 곧 환호가 터졌습니다.
“환상이다! 멋지다!”

환영합니다. 사진_ 추암DB

하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구름을 벗어납니다. 비 그친 후 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과 드물게 찾아오는 해맑은 일출로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물아일체, 누구나 시인이 되는 추암
허 소장님이 들려주셨습니다.

“추암은 물아일체다. 물아일체(物我一體)’란,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를 뜻합니다.”라고 했다.

이곳은 내가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해 뜨는 풍경을 다시 보니, 나도 시인이 된 듯 시 언어가 입안으로 맴돕니다.
추암마을이 간직한 복제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 깊은 기운, 시간의 두 어깨가 발끝으로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우럭 미역국 한 그릇에 담긴 환대
걷고 나면 배가 고픕니다.
이때 레아박 작가가 말하길? 국장님 동해에서 맨발 걷기 후 식사는 우럭 미역국이 최고라고 들었는데…네… 전화 한 통… 오케이.. 잠시뒤 해변 단골, 동해 식당으로 달렸습니다.
한참 뒤 “멀리서 오셨으니, 한 그릇 드셔보세요” 하며 정성스레 끓인 자연산 우럭 미역국을 손님들과 나누었습니다. 참고로 파김치 두 접시, 국물 한 방울 없이 다 삼킨 식탁은 덤입니다.

“피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이런 조찬은 처음입니다.”


한 그릇 미역국이, 지역의 마음이 되어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바다처럼 깊은 동해의 호의(好意)가 담긴 아침이었습니다.


문화로 채우는 하루
조찬 후, 허 소장 가족 일행은 김형권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는 월산 아트만으로 먼저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그야말로 “기운 센 마을에서 걷고, 따뜻한 국을 나누고, 예술과 마주하는 하루”가 될 거 같습니다.


추암에서 보낸 오늘 아침은 하늘, 바다, 사람, 밥상, 예술 모든 것이 맑고 따뜻했습니다.
비 걷히고 나서야 볼 수 있는 드문 해맑은 일출처럼, 이 하루도 평소엔 만나기 어려운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퇴근길 맨발편지’는 누군가에겐 평범했을 수도 있는 하루를 넉넉하게 되새겨보는 작은 연습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발을 땅에 붙이면 삶은 더 분명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오늘도 맨발러로서 하루를 예의 있게 걸었습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이 편지가 따뜻한 퇴근길이 되기를. 나는 2부 월산 아트만으로 달립니다.

'퇴근길 맨발편지’는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온 당신에게 ‘퇴근길 같은 넉넉한 삶의 속도’를 선물하고자 출근길, 퇴근길에 시작된 작은 실천입니다.
매일이 전속력일 필요는 없습니다.
잠시 멈추어, 발끝부터 시작해 보세요.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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