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눈물의 묵호항, 성과와 가치!
주민 구술 채록의 의의
구술기록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증거 및 정보로서 의미를 지니고, 당대 사회상 및 집단기억을 전승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문헌 연구의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문헌 자료가 거의 없고 남아있는 자료마저 기관 입장 자료로 서술된 경우가 많다. 다양한 주체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초점을 두고 시대 변화와 맥락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을 드러내는데 구술사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구술기록은 구술성, 주관성, 공동 작업이라는 특성을 갖고 구술자의 삶과 경험, 기억을 담은 유일하고도 중요한 자료로 세대 간, 집단 간의 이해와 소통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연구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기록이 된다.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프로젝트
2023년 시작해 올 3월까지 동해문화원이 진행하고있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와 국내 구술, 아카이브 권위자 정해경, 김선정 컨설턴트가 마련한 철저한 커리큘럼과 지침에 따라 사전교육, 다양한 실습 등 일정을 통해 1년간 운영된 강도 높은 시민 기록가 과정이었다.
과정에서 몇 번 시행착오를 상호 극복하면서 포기 직전 반전의 반전을 통해 힘든 구술기록인 양성과정을 마감했다. 공개모집 된 경력단절 여성 등 10명의 주민이 참여해 서울, 대전을 10회 이상 오가는 기록가 과정 교육을 이수한 예비 기록가 주민들이 직접 구술기록에 참여해 「묵호항 주민의 생업과 경제활동」 등 구술과 마을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과 PM을 담당한 담당 최진석 씨와 문화원 담당 윤계주 부장이 함께 추진한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는 프로그램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구술 채록 종합성과
구술사 채록의 목적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정치이념의 격랑 속에 희생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표출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서의 구술사, 둘째, 단순한 채록을 넘어서 역사의 주체로서 역사 쓰기를 시도하기 위한 대항 담론으로서 구술사 (내지는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위한 구술사), 셋째, 구술자의 과거 구술이 반영하는 현재를 파악하기 위한 기억방식으로서의 구술사며, 그리고 마지막 넷째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상호주관성 및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는 네트워크로서의 구술사 등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와 동해문화원이 추진한 구술사는 셋째로 「구술자의 과거 구술이 반영하는 현재를 파악하기 위한 기억방식으로서의 구술사」에 속한다.
구술사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소위 "기록 없는 사람들", 즉 국가폭력 피해자, 전쟁 피해자, 사건 사고 피해자, 사회적 피억압자 등, 자신 경험과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역사를 연구의 형태로 담아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권력화라는 점에서 구술자의 연구 참여도가 대단히 높은 '권력 평등한' 연구에 속한다는 점도 질적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학문적으로는 문화(사학), 일상(사학), 지역(사학) 등에 탁월함과 잠재력이 인정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아픈 기억에서 구술자를 해방시키고 이들의 문제를 의제화한다는 대의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종합성과는 뭐니 뭐니 해도 학교의 제도적인 교육보다 힘든 과정을 극복하며 함께 일궈낸 주민 중심 기록가 10명을 양성한 일이다. 열악한 지역문화원의 경우 그동안 지역학 연구와 구술조사는 대부분 전문가에 의존해 왔다.
이번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공모사업 프로그램 운영으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날 수 있었고 구술사의 원형과 활용 방안 한계지점을 발견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시민 예비 기록가 10명이 묵호항 주변 사람을 대상으로 1인 2명씩 구술을 담당한 20명의 묵호 사람에 대한 생업과 경제활동이 담긴 복제할 수 없는 우리 묵호항 중심의 생애사는 소중한 성과다.
향후계획
계획에 앞서 지난 1년간 추진한 구술사 아카이빙 사업이 왜 진행되었어야 했는지 다시 질문해 보는 문제의식과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일을 진행했는지 바람직한 성과는 무엇이며 문제점은 없었는지 철저한 자가 진단의 과정이 필요하다.
진단과정을 반영하는 일들이 선행되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구술사의 사회적 가치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기록가 양성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보이는 등 진행상 몇 가지 문제는 검토의 대상이다. 물론 기록자치 구술자치 목적의 시민 기록가 양성을 위한 대의는 200% 공감한다. 다만 각론을 보면 마치 제도적인 교육환경을 넘어선 커리큘럼과 자료 요청 등 일부 문제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현장 소리를 들어주고 고민하는 과정의 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였다.
나가는 말
구술사 연구는 다양한 학문 분과와 연계되어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 많은 협업이 필요한 연구 분야다.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여성학, 정치학, 노동사, 전쟁사, 이주사, 가족사, 체육사, 영화사, 과학사, 기술사, 의료사, 미술사, 군대사, 방송 및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구술사 연구 분야는 확장되고 있다.
구비전승 분야에서도 구술사 방법을 적극 수용하여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구술사는 학문 간, 또는 학문과 다른 분야와 융합과 통섭을 끊임없이 시도함으로써 구술기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형상화하는 등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를 들어내고 담는 일은 기획 단계부터 검토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지역에서도 묵호항에 이어 동해항 등 산업시설은 물론 근대산업의 시작과 함께 이어온 산업근로자와 동해인의 각종 삶과 기업의 역사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구술사 연구가 이루어져 다양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팀장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힉하고 총괄 추진한 김태현 팀장은 “구술사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 연구자를 향해 있다!” 라고 했다.
기록일지, 눈물의 묵호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원하고 동해문화원이 공모사업으로 추진한 2023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은 지침에 따라 산업유산 묵호항을 장소적 배경으로 정하고, 묵호 사람 20명을 구술자로 확정했다. 10명의 시민 기록가들을 공개모집하고 선발된 기록가를 대상으로 국내 정상급 구술과 아카이브 마스터 정혜경(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 김선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정보실장) 컨설턴트의 엄격한 커리큘럼의 인문학 교육 클래스를 서울과 대전, 동해를 오가며 지난 1년간 진행하고 기록한 대장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