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할 수 없는 묵호의 삶. 논골담길!

Q10. 기획자가 답하다. 묵호 논골담길

by 조연섭
4개의 이야기 길로 조성된, 묵호 논골담길
논골담길 정상, 천하일미 골목 벽화, 사진_조연섭

논골담길은 묵호 사람들의 고단하고 질긴 삶의 흔적을 기록하고 이미지로 표현한 나지막한 어촌 골목길 문화재생 사례다. 동해시 묵호진동 논골 3길을 시작으로 논골 2길과 1길 3개의 길과 묵호 수변공원 앞 언덕 ‘등대오름길’을 포함해서 총 4개의 이야기 길로 조성됐다.


묵호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주제인 '논골 1길', 떠난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찾아올 사람들 모두 기억하고 희망하는 묵호와 사랑이 주제인 '논골 2길', 묵호 옛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논골 3길', 희망과 바람이 주제인 바람의 언덕 '등대오름길'등이다. 묵호인의 생활 문화와 삶을 상징하는 만복이, 장화, 원더할매, 논골상회와 우리 모두가 함께한 묵호극장, 막걸리 명소 천하일미 등은 지금까지도 마을 이야기로 성장하고 있다.


골목별 이야기 발굴과 기획은 당시 현장을 총괄하는 작가로 참여한 청춘작가 유현우 씨가 담당했다. 유 작가는 젊은 생각과 감성 넘치는 소소한 아이디어로 감동을 주는 마스코트와 상징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탄생시켜 왔다. 벽화마을보다 생활 문화와 마을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시작된 곳이 논골담길이다. 이야기 표현의 도구가 벽화가 되면서 여행자들이 벽화마을로 부른 곳이다. 논골의 경우 아직도 좁은 골목길의 원형이 남아있다. 묵호에 와야만 보고 들을 수 있는 이 세상 단 하나의 기록과 장소성 때문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논골담길은 묵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이야기와 벽화로 조성된 지붕 없는 자연 갤러리이다. 근사한 조명은 뜨거운 태양 볕과 촛대 가로등이 대신하였고, 큐레이터의 작품설명은 한없이 부딪히는 파도와 바람의 소리가 설명하고 있다. 이 길은 어느 길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 닿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마을 길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해설사의 해설을 들어야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마을 주민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묵호등대마을의 벽화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오징어와 명태, 장화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는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묵호항으로 들어온 오징어와 명태를 바지게나 빨간 고무대야에 담아 덕장으로 날랐다.


골목은 <바지게>와 <고무대야>에서 흐른 물로 늘 질퍽질퍽해 장화를 신지 않고는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시는 못 산다.’는 도시의 언어가 유행할 정도여서 장화 캐릭터도 마을 곳곳에 설치미술로 등장하기도 했다.


논골은 과거 텃밭이 많았다. 지금도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지만, 고추와 가지, 호박 등 묵호등대마을의 소박한 삶을 키우는 텃밭도 제법 보인다. 동해문화원은 ‘텃밭 재생 프로젝트’도 선정되어 4년 연속 진행했다. 주제는 에코, 힐링, 여행, 유산 등이며 채소와 꽃 재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텃밭으로 토양을 확장한 기억도 있다.

논골담길 텃밭재생 현장, (2015년, 사진_프로젝트 미터)

자연 그대로의 생활 문화를 품고 있는 이야기와 벽화 작품들은 결코 초라하지 않은 논골담길 갤러리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매년 하나씩의 지붕 없는 갤러리를 새롭게 준비하는 논골담길, 때론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서 길을 헤매더라도, 가파른 담길을 오를 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더라도 논골담길은 성장하고 진화한다.


담길 은 좁은 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과 이어진 마을이다. 마치 바위틈에 붙은 따개비처럼 빈틈없이 집들이 마주하고 있다. 묵호가 얼마나 억척스러운 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쉼이 없고 밤새 집어등을 켜야만 했던, 늦은 저녁에도 덕장의 불빛들이 밤하늘의 달빛, 별빛보다도 환했던 그 시절 모습이다.


묵호와 논골은 쉼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묵호는 쉼이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논골담길을 찾는 순례자들은 스스로 삶의 휴식처를 찾아 떠나오고 논골의 가파른 길에 오르길 자청하고 있다.

할머니가 된 묵호의 어머니들은 길목 벤치나 경로당을 의지한 채 논골담길을 지키고 있다. 묵호는 이제 쉴 틈 없이, 밤낮 구분 없이 그렇게 달려온 세월이 지나가고 억척스러운 삶의 모습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잠시 숨 돌리고 앉아 쉴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화려한 구경거리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이 빚어낸 삶과 추억의 기억들이 묵호를 떠올리는 장소다. 내 옆에 누군가 슬쩍 다가와 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곳, 나의 무게를 덮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묵호 논골담길의 중심에서 밤하늘의 내린 별빛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언젠가 이곳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시간 밤새 수다를 떨고 싶다. 그곳이 묵호 논골담길이다.

논골 3길, 원더할매 마을주민, 사진_연합뉴스
Q. 조성민_공일오비 객원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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