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똥손의 무모한 아니 위대한 도전-
(2) 결국 우리는 만나게 될 운명
에세이의 홍수 시대. 조금 다른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요즘 유행하는 직업 에세이, 위로 에세이는 이미 수많은 유명 작가들이 선점 아닌 선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활로를 뚫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형식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길이를 확 줄여보는 것! 시詩 같은 에세이? 에세이시? 시처럼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에세이와 같은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뻔한 질문에 뻔뻔하게 답하기>라는 제목으로 SNS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면?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을 보세요.”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하는데
책임을 지기엔
쏟아지는 무게를 견디기가 벅차고
순수했던 시절의 설렘은
미움과 짜증이 빼앗아 버렸다.
그래도 결국 어른들은
아직 아이였을 때의
꿈과 희망을 좇아
살아야만 한다.
그게 어른이라고, 받아들이자.
버티지 말고, 살자.
어린 시절 거울 속 그 꼬마에게
미래를 돌려주자.
뭐, 이런 식이다. 이건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꽤 재미가 있는 부분이었다. 고개만 돌려도 ‘쓸 거리’가 넘쳐나는 우리네 삶이지 않은가. 그러면서 발상의 전환까지 해낼 수 있다 보니 쓰는 내내 어려움이 없었고, 무엇보다 쓰기 자체가 즐거웠다. 그렇게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200편이 넘는 짧은 에세이들이 쌓였다. 쌓인 글들을 보니 이거, 단행본 출간에 대한 욕심이 피어나는 게 아닌가! 밑져야 본전, 못 먹어도 고!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단행본 한 권의 분량을 판단할 때 보통은 글자 수나 원고지 매수를 살피기 마련인데 <뻔한 질문에 뻔뻔하게 답하기>는 둘 다 충족할 수 없는 양이었다. 어차피 한 챕터가 한 페이지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 글이 200개면 정확히 200페이지 분량밖에 되질 않았다. 이래서는 단행본은 택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 서재에 예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들춰보기로 했다. 혹시나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 걸 더 좋아하는 집주인 덕에 집안 서재에는 에세이가 꽤 많이 꽂혀 있었고, ‘꽂혀만 있던’ 책들을 꺼내 무분별하게 훑어나갔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눈에 확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으니! 내용적인 면은 차치하고, 형식적인 측면만 봤을 때 분명 색다르고, 참신한 구성의 책이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끝에 글과 연관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던 것! 왜 진작 꺼내 보지 않았었단 말인가!
“바로 이거다! 내 에세이에도 일러스트를 넣어야겠다!”
라고 외친 후 집주인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똥손의 무모한 아니 위대한 도전이 시작되어 버렸다. 십 대에는 실패한, 이십 대엔 관심도 없던 미술의 영역에 대한 갑작스런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