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의 별.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다.

사조영웅전 편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김용 작품은 당연히 '영웅문'이다. 고려원에서 처음 한국에 출간하면서 영웅문 1, 2, 3부 각 6권씩 출간했기 때문에 그렇게 알려져 있고, 각각 1부는 몽고의 별, 2부는 영웅의 별, 3부는 중원의 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중에서 사조영웅전은 1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남송의 수도 임안 우가촌에서 시작한다. 영웅의 후예 곽소천과 양철심은 우연히 전진교의 도사 구처기를 만난다. 구처기가 송의 간신을 죽인 후 쫓기던 상태였는데 그를 쫓던 금나라의 6왕야 완안홍렬이 양철심의 아내 포석약에게 반해버린 것. 이에 그녀를 얻기 위해 송의 관군을 보내 곽소천과 양철심을 역적으로 몰아 공격하고, 곽소천은 사망. 양철심은 행방불명된다. 영문도 모르고 포석약은 완앙홍렬을 따라 금으로 가고 곽소천의 아내 이평은 흐르고 흘러 몽고에까지 이르게 된다.

  몽고에는 징기스칸이 있다. 그의 부족과 함께 살게 된 이평과 곽소천의 아들 곽정. 곽정은 착하고 순진하며 멍청하고 고집이 있다. 그런 그를 찾아낸 이들이 강남칠괴라는 사람들인데, 구처기와 내기를 하고 18년 동안 곽소천과 양철심의 후손을 찾아내 무공을 가르치는 약속을 한 것이다. 힘들게 몽고까지 와서 곽정을 찾았는데 무공도 잘 못 배우고 손도 느리고 아둔한 남자가 제자라니. 강남칠괴는 절망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 구멍은 있다고. 구처기의 사형 마옥이 곽정을 찾아와 내공을 전수해준다. 그리고 중원에 가서 영물인 뱀의 피를 마시고 개방방주 북개 홍칠공에게 강룡십팔장을, 노완동 주백통에게 공명권, 좌우호박지술, 구음진경을 배워 강자로 거듭난 곽정. 아둔하지만 올곧은 성정으로 결국 마지막에 화산논검에 가서는 당대 천하오절로 꼽히는 황약사, 홍칠공과 대등하게 겨룰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다. 그렇게 몽고에서 나고 자란 한인 곽정은 천하 제일의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곽정이 고수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황용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곽정이 중원에 들어오고 처음 만난 친구가 바로 황용이었는데 처음엔 남장에 거지 분장을 했지만 곽정은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게 대해줬다. 이에 마음의 문을 연 황용은 곽정을 좋아하게 되고, 곽정 또한 황용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 둘 사이에 큰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징기스칸의 딸 화쟁 공주였다. 징기스칸이 몽고 통합에 큰 공을 세운 곽정을 금도부마로 정해버린 것. 곽정은 화쟁을 동생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으나 어버버하다가 그냥 응해버린 것이었다. 황용을 만나기 전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후로 곽정이 화쟁과 황용 사이에서 고민하긴 하지만 그건 단순하고 정의로운 곽정이 자신이 부마이기 때문에 화쟁을 버릴 수 없다는 명분상의 논리였지, 마음은 항상 황용만을 향해 있었다.

  한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 단순하고 멍청하고 아둔하고 자질이 좋지 않은 곽정에게 황용은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제갈량 뺨칠 정도로 총명하고 재주가 좋으며 한 번 책을 읽고 나면 다 외워버릴 정도에 시, 서, 화 등에도 능하고 무공과 기문둔갑술 등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다. 나중에 가면 무공은 곽정이 더 셀 지언정 무공을 제외한 부분은 황용의 도움이 아주 컸다.

  황용의 배경도 한 몫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도화도주 동사 황약사. 천하 제일의 고수 5명인 천하 오절 중 한 명이다. 그녀 덕분에 의협심이나 명성에 비해 무공이 애매했던 강남칠괴의 제자에서 일약 동사 황약사의 예비사위이자 북개 홍칠공의 제자가 되었고, 중신통 왕중양의 사제 노완동 주택통의 의형제가 되지 않았나. 황용이 아니었다면 곽정은 아마 몽고로 빨리 돌아가 금도부마가 되었거나, 혹은 양강에게 죽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조심스레 해본다.

  몽고의 별이 될 수 있었지만 조국인 송나라를 선택하고 부마를 포기한 곽정. 그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는, 전형적인 고전 소설 속 권선징악의 표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2부. 신조협려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