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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Jun 13. 2020

정이란 무엇이길래 16년을 잊지 못하는가.

신조협려 편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생과 사를 같이하게 한단 말인가. 

                                                       - 원호문 <안구사> 中에서

  

  <신조협려>는 <사조영웅전>으로부터 1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적련선자 이막수는 복수를 위해 육가장을 찾아가고, 육립정 부부와 무삼통(단지흥의 제자 중 한 명)의 부인이 죽는다. 이막수를 피해 도망가던 무삼통의 두 아들과 육립정 부부의 딸 육무쌍, 조카 정영. 한 거지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들리는 매의 울음소리. 그와 함께 등장하는 두 부부와 소녀. 곽정, 황용 부부와 그들의 딸 곽부였다. 황용은 대번에 거지 아이가 양철심의 손자이자 양강의 아들인 양과임을 알아본다. 의형제의 아들을 찾아 기뻐하는 곽정은 양과를 도화도로 데리고 간다.


  거지 시절 의부로 맞이한 서독 구양봉에게 합마공을 배운 양과. 황용은 양강처럼 양과가 비뚤어질까 봐 무공 대신 논어 등을 가르친다. 덕분에 곽부와 무씨 형제는 양과를 괴롭히고, 양과는 합마공을 써 무씨 형제가 크게 다친다. 구양봉에게 동생들을 잃은 곽정의 사부 가진악은 노여워하고, 결국 곽정은 양과를 전진교에 맡기게 된다. 하지만 전진교에서도 무공은 배우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괴롭힘만 당하는 양과는 전진교에서 도망치다가 활사인묘로 들어가게 된다. 활사인묘는 애초에 전진교의 창시자 왕중양이 만든 묘로, 그를 사랑했던 고수 임조영이 고묘파를 창시한 곳이다. 고묘의 전인 소용녀의 도움으로 전진교로부터 벗어난 양과는 그녀를 사부로 모시며 자란다.


  몇 년이 흐른 후. 양과와 소용녀는 서로를 오해하고 따로따로 고묘를 떠나 강호로 향한다. 우연히 이막수로부터 도망치려던 육무쌍을 만난 양과. 함께 귀운장 영웅대회에 참가해 곽정 부부를 다시 만난다. 몽고의 침입에 맞설 무림맹주를 뽑는 대회에 몽고의 국사 금륜법왕이 찾아오고, 양과는 재회한 소용녀와 함께 그를 제압한다. 그러나 만남은 짧고 헤어짐은 긴 법. 고지식한 곽정은 양과가 스승인 소용녀를 사랑하고 혼인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엔 군사부일체라고 했으니 스승과 혼인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씨 형제가 곽부를 두고 생사결을 벌이려 하자 무삼통의 부탁으로 자신이 곽부와 결혼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양과. 하필 그걸 소용녀가 듣고 사라진다. 상심한 양과. 거기에 아버지의 죽음에 곽정과 황용이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금륜법왕쪽에 합류한 양과는 절정곡에 가게 된다. 절정곡주 공손지의 결혼식에서 보게 된 신부. 바로 소용녀였다. 결혼을 막으려는 양과는 공손지에게 패하고, 소용녀와 양과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면 중독되어 죽음에 이르는 정화독에 중독된다. 결국 공손지는 제압 했으나 해독제는 하나밖에 없는 상황. 공손지의 전처 구천척은 곽정과 황용을 죽이면 해독약을 주겠다고 한다.


  곽정과 황용을 암살하러 양양성으로 돌아온 양과와 소용녀. 하지만 몽고의 침입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대협 곽정을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양과와 소용녀. 소용녀는 황용이 낳은 쌍둥이 중 딸을 데리고 도주한다. 전진교에서 금륜법왕에게 큰 부상을 입은 소용녀를 데리고 양과는 혼인을 한 후 고묘에서 부상을 치료하려 한다. 하필 이때 그들을 구하러 온 곽부가 소용녀를 적으로 오인하여 암기를 날리는 바람에 살 희망이 없어진 소용녀. 결국 절정곡에서 소용녀는 16년 후에 만나자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다.


  16년 후. 그녀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매년 절정곡으로 가는 양과는 어느새 신조협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신조와 함께 현철검을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16년 후에 절정곡에 간 양과는 소용녀가 실은 16년 전에 죽었음에 한탄하며 절정곡 아래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16년 만에 건강해진 소용녀를 만나는 양과. 그들은 양양성으로 가 금륜법왕에게 사로잡힌 곽정의 딸 곽양을 구해내고 숙적 금륜법왕을 죽이는 데 이어 몽고의 몽케 칸마저 죽인다. (이후로 몽고의 대권은 쿠빌라이에게 넘어간다. 우리가 잘 아는 그 쿠빌라이 칸 맞다.)


  신조협려는 한국에서 2006년판 드라마로 유명하다. 이때 소용녀를 유역비가 맡아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1995년판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황용만큼 총명하고 잘생기고 무공의 자질도 뛰어난 양과는 평생 여러 여자가 그를 흠모했다. 정영과 육무쌍이 그랬고, 공손녹악은 그를 위해 죽었으며, 곽부도 실은 그를 사랑했었고, 곽양은 평생 그를 쫓다가 결국 아미파를 세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과는 평생을 소용녀만 바라보고 살았으며, 16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 죽으려는 순애보를 보여준다.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아버지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은 후, 홀로 남아 외로웠고 괴롭힘에 지친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유일한 사람이 소용녀여서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용녀의 사저(같은 항렬의 여자 윗사람) 이막수 역시 10년 전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여자와 혼인하자 분노에 차 복수를 감행하고 10년 후에 사랑하던 육전원이 죽었음에도 복수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육전원이 남긴 손수건 때문에 차마 육무쌍을 죽이지 못하고 거두는 뜻밖의 순애보도 보인다. 그리고 결국엔 절정곡에서 정화독에 중독되어 평생을 사랑하던 육전원을 생각하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육전원이 만약 이막수와 결혼했더라면, 희대의 마녀 이막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들을 움직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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