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산 Oct 17. 2023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돈 많이 벌면서 주 3일제로 일하면 뭐든 다 재밌을 듯

수요일부터 엄~청 좋은 미술관의 계약직으로 출근하게 됐다. 기쁜데 안 기쁘다. 아니, 분명 기쁘다. 아닌가? 나도 날 모르겠다. 에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서 4년을 공부했는데, 막상 미술관에 가서 일하려니까 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규직이면 좀 더 기뻤을까……. 하지만 계약직으로 지원한 건 나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는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었었고, 그래도 '미술사를 전공했는데 미술관에서 한 번은 일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거의 홧김에) 지원했더니 덜컥 붙은 것이다.


사실은…… 조금 더 쉬고 싶기도 했다……. 올해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연초에는 광고대행사에서 인턴 했었고, 대학 기숙사 생활하면서 졸업 논문 썼고, 코스모스 졸업하고, 뉴욕 여행 다녀오고, 추석 보내고, 지원서 넣고, 서류 합격하고, 면접 보고, 붙었다. 막 죽어라 열심히 살지는 않았는데 진짜로 틈이 안 났다. 애매하게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꾸준히 도트 대미지가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최근 한 달 동안에는 거의 3kg이 빠졌다(나 괜찮은 거 맞나?). 입맛이 뚝 떨어졌는데 원인을 도통 모르겠다. 짚이는 게 너무 많다.


요즘 나의 특기가 뭘까… 자주 생각해 본다. 그냥 특기 말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적인 특기 말이다.

근데 도통 무슨 특기가 있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죄다 애매해 보인다. 내가 이것들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걸까?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난 뭘 재밌게 할 수 있지?


나는 좋게 말하면 할 줄 아는 게 많은데 나쁘게 말하면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여야 돈을 많이 버는데 제너럴리스트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중이떠중이 취급받는다. 난 남의 눈을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닌데(아닌가? 이것 좀 생각해보고 싶네) 그렇다고 도태된 사람 취급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니까 직업 선택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연봉.

나는 생활 수준이 정말 낮기 때문에, 또 가난에 익숙하기 때문에!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있긴 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소비 욕구가 낮고 물욕이 없어서(오히려 돈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돈 없어도 나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물론 가끔은 스스로 콤플렉스 극복을 하나도 못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한데, 어느 정도는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하는 데에 도가 텄다. 브런치도 그 일환 중에 하나고. 난 대부분의 시간을 가난에 대해 굳이 곱씹으며 괴로워하지 않는다!!! 하위 3% 정도로 가난하지만 상위 20% 정도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요는 지금도 그럭저럭 살 만하다는 거다.

하지만 한 번쯤은 돈이 많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기도 해……. (이런 마음 안 느끼는 사람이 있긴 해?)

진짜 내 마음은 뭘까?


현실적으로, 미술관에서 일하면 돈을 못 번다. 나 진짜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미술관에서 일하게 됐는데도 돈을 너무 조금 준다. (국가기관+계약직 콤보라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서 꾸준히 일하면 월급이 오르긴 하겠지만, 그게 가능할까?! 계약직이라 붙은 거고 정규직은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그럼 그저 그런 미술관에서 일해야 하는데 거긴 돈을 더 안 주지 않을까?! 내 미래가 걱정된다.


그렇다고 내가 대기업을 다닐 정도의 대단한 인재는 아니다. 그렇게 좋은 대학도 아니고 과가 유망한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단지 미술관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정도려나……. 인턴으로 일했던 광고대행사가 졸업하면 찾아오라고 했는데 아마 거기 비슷한 수준으로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더 벌자고 미술관을 포기해야 하나?! (근데 진짜 '포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술관이 더 좋은지 일반 회사가 더 좋은지 아직 모르겠는데.)


그리고 이쯤에서 나오는 직업선정 두 번째 기준. 직업적 흥미다.

나는 이거 저거 다 재밌어한다. 그렇지만 같은 작업이 반복되면 쉽게 질린다. 굳이 따지자면 그나마 안 질리는 게 미술 같다.

아무튼 그래서 이 항목이 별로 의미가 없는 듯? 패스하겠다.


세 번째는 복지다. 이거 중요하다.

난 애초에 평일 9to6 출근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지금도 출근할 생각에 심각하게 슬프다. 그렇다고 또 프리랜서로 살기엔 너무 게으르고. 엥? 이거 그냥 노동이 안 맞는 거 아니냐?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일을 주 3/4일제로 꾸준히 하면서 여러 부업들을 계속하고 싶달까.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돼?

안 되겠지. 차선책을 생각해 봐야겠지.

에휴 귀찮아…….

에휴 내 인생…….

왜 내 인생은 꼭 내가 개척해야 하는 걸까?

인생이 가끔 너무 외롭고 적적하고 책임이 무겁고 그렇다…….


출근 전에 브런치에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썼는데……. 갈수록 글을 중구난방 하게 쓰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래도 뭐 형식은 갖춰서 썼던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초반 글을 다시 읽으면 독기;가 느껴진다. 과거의 내가 조금 무섭다.) 그렇다고 이걸 고칠 생각이 있는 건 아니고 이러다 형식 갖추고 싶으면 갖추겠거니…….

이전 06화 왜 세상은 나한테만 가혹한 것 같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