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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May 02. 2022

4월 25일 ~ 5월 1일

17주

검은 마스크

4월 25일. 월요일


마스크를 새로 샀다.

그동안 사서 쟁여놓았던 마스크가 많았는데 이제는 슬슬 바닥이 보인다.

전에는 가격이 적당하고 믿을만한 회사의 KF94 제품이면 됐다.

모두 흰색 마스크로 가로, 세로 입모양만 조금 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색깔도 눈이 들어온다.

검은색, 갈색  중 고민하다 검은색으로 샀다.

마스크를 뜯어 제품을 확인하면서 잠깐 갈색을 살걸 하고 후회도 했다.


어차피 기능이 제일 중요한 마스크인 데다

위생을 생각하면 흰색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색까지 고민한다.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월남쌈

4월 26일. 화요일


며칠 전부터 갑자기 월남쌈이 먹고 싶었다.

접시 위에 색색의 야채가 가득한 이미지가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월남쌈에 필요한 야채도 대부분 있고 새우와 닭고기도 있다.

무엇보다 어제 라이스페이퍼까지 사 왔으니 헤먹기만 하면 된다.


점심에 해 먹을까 하다 배가 고파서 재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


미루다가 결국 저녁에 한 상 차려 월남쌈을 먹었다.

접시에 담아 놓으니 비주얼이 꽤 그럴싸하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야채가 잔뜩이라 배는 부른데 내가 기대했던 그 맛은 아니다.

그냥 사진으로만 먹음직스러웠던 월남쌈이었다.


그건 그렇고 많이 남은 저 라이스페이퍼는 어디에 쓰지?

다음엔 스프링롤 튀김에 도전해볼까...




자전거 탄 풍경

4월 27일. 수요일


강변에 가서 자전거를 탔다.


집 앞 거치대에 거의 2년 넘게 방치돼 있던 자전거를

문질러 닦고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었다.


오래 안 타서인지 아니면 내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데 뻑뻑하고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난다.


낮이면 살짝 덥기까지 한 날씨에 자전거 라이딩이 조금 힘들지만

탁 트인 강변 풍경이 답답한 마스크마저 잊을 정도로 기분 좋다.




술빵

4월 28일. 목요일


술빵을 만들었다.


밀가루에 생막걸리를 넣어 만들면 된다고 한다.

떡 안 좋아하는 아들도 먹는 몇 안 되는 빵이기도 해서

처음으로 시도해보았다.


설레는 마음에 발효시키는 몇 시간을 못 참고

수시로 얼마나 부풀었나 반죽을 들여다본다.

빵을 찌는 데도 1분이 멀다 하고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본다.


저녁내 온 신경을 집중해 만든 나이 첫 술빵은 쏘쏘, 그럭저럭.

시큼한 막걸리 향이 나니 술빵은 맞는데

기대했던 하얗고 말랑말랑한 그 빵은 아니다.


역시 다신 한 번 깨달은 진리.

약은 약사에게, 요리는 요리사에게,

그리고 떡은 떡집에.




단맛 중독

4월 29일. 금요일


저녁에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분명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입이 심심하다.


처음에는 열량을 생각해서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깡이나 칩 같은 과자를 먹지만

결국 성이 안차 단과자를 찾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초콜릿으로 마감을 한다.


습관이 되는 것 같아 집에 과자를 사놓지 않으려고도 해봤지만

자구 편의점에서 성에도 안 차는 비싼 과자를 사 먹게 되니

차라리 맛있는 걸 조금만 먹자고 사서 쟁여놓는 거다.


저녁을 배불리 먹으면 좀 나아질까?

단맛도 중독이 되는가 보다.




솜이불

4월 30일. 토요일


나는 아직도 솜이불을 덮고 있다.

한겨울에 덮던 두꺼운 그 솜이불이다.


봄이 된 지가 얼마인데, 

이제 5월이고 곧 여름이 올 텐데 아직도 솜이불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원래 가볍고 따듯한 구스다운이니, 닥다운 이불은 별로다.

그 가벼움이 영 불편하고 무언가 허전하다.

두꺼운 솜이불의 무겁게 누르는 그 느낌이 더 편안하고 좋다.


봄이 되면 아파트는 바깥보다 난방이 안 되는 실내가 더 쌀쌀해

두터운 이불을 쉽게 걷지를 못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5월이다.


내일은 진짜 무거운 솜이불도 바꾸고

바뀐 계절을 만끽하고 5월을 두 팔 벌려 맞아야겠다. 




아이스께끼

5월 1일. 일요일


아이스바 만드는 틀을 사 왔다.

주스나 음료를 넣어 얼려 먹고 싶어서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한 아이스바가 더 당긴다.


오렌지 주스를 아이스바 틀에 붓고 냉동실에 넣으니

은근히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아이스께끼 생각도 난다.

아이스바를 먹고 나면 입술과 혓바닥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등

갖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설탕물에 식용색소만 넣어 만든 불량식품이라고 엄마는 뭐라 했지만

몰래 사 먹던 그 아이스께끼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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