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5월 2일. 월요일
우리 동네, 새로 오픈한 햄버거집에 갔다.
요즘 새로 생기는 매장들이 그렇듯 주문은 모두 키오스크로 하다.
매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도 기본 사용법은 유사하니
별 부담 없이 키오스크 주문을 시작했다.
오픈 기념 할인쿠폰이 있어 사용하려는데 시작부터 꼬인다.
키오스크에서 모바일 쿠폰을 사용하기는 처음이라
사용순서와 방법이 아주 혼란스럽다.
하도 여러 번 버벅거리니까
보다 못한 카운터 직원이 와서 도와준다.
이럴 땐 고맙지만 한편 무안하다.
왠지 내가 키오스크 하나 사용 못하는 노인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어르신들이 기계 사용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건 맞지만
그건 지레 겁을 먹거나 그냥 익숙지 않아서일 뿐 무슨 대단한 유능 무능의 상징도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나도 괜히 주눅이 들고 자존심이 상한다.
어쩌면 이게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자격지심인가 싶다.
오락가락
5월 3일. 화요일
날씨가 오락가락하다.
지난주에는 아침부터 따뜻하고 여름에는 꽤 더워서
입고 나간 겉옷을 벗어 들고 아이스커피를 찾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는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하다.
낮의 따뜻한 햇볕만 보고 가볍게 나갔다가
얼마를 못가 산책을 포기하고 되돌아오기를 몇 번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내 발걸음도 오락가락이다.
참새
5월 4일. 수요일
풀숲에 토끼풀이 눈에 띄게 많이 보여서
늘 그렇듯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토끼풀로 반지나 화관을 많이 만들던데
나도 반지라도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짹짹짹..."
토끼풀 가득한 풀 속에서 파닥거리는 새가 보인다.
참새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 무엇을 하나 보니 풀을 쪼아 먹는다.
새가 풀도 먹나 싶다.
코 앞에서 노는 참새들이 신기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가까이 다가가니 푸드덕 날아가서 저 쪽 풀로 간다.
다시 쫓아 가면 달아나고 또 쫓아가면 날아가기를 반복한다.
어렸을 적 주변에 늘 보던 아주 흔한 새라서 주목하지 않았던 새가 참새다.
그랬는데 이제는 서울에서 참새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지방에 내려와서 가끔씩이나마 다시 보게 된 참새가
참 반갑고 고맙다.
어린이날
5월 5일. 목요일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날은 나의 관심대상이 아니다.
내 아이뿐 아니라 조카들까지 이젠 어린이가 아니다.
전에는 어린이날을 포함한 5월이 오면
가족의 달이라고 챙길게 너무 많아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이젠 부모님, 그것도 남아 계신 한쪽 부모님만 챙기면 된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단출한 상황이 되니
어린이날 선물이 눈에 들어오고 쓸모없다 여기던 카네이션도 챙기게 된다.
아이들 어린이날 선물이 부담스럽고 꽉 막힌 야외 나들이길에 짜증만 나던 그 시절이 그립고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부모님 어버이날을 챙길 수 있을까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강남역 11번 출구
5월 6일. 금요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강남역으로 향했다.
징검다리 연휴의 금요일이라 그런 건지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조심해야 한다지만
이제는 정말 코로나가 끝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아래 보이는 눈빛,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호프집에 들어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친구와 맥주잔을 부딪쳤다.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일상의 여유를 만끽했다.
전에는 길가의 사람들이 잠정적 감염 전파자로만 보였는데
이제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반갑다.
컴퓨터 교체
5월 7일. 토요일
컴퓨터를 새로 샀더니 속도가 빨라졌다.
전에 쓰던 컴퓨터에 비하면 체감상으론 거의 빛의 속도 같다.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바꿨을 거였다.
작년부터 바꿔야지, 바꿔야지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지면 하지 하다가 결국 지금까지 왔다.
그것도 한정된 예산 안에서
냉장고를 바꿀 것이지, 컴퓨터를 바꿀 것인지 고민하다
좀 작지만 멀쩡한 냉장고를 그냥 쓰기로 한 덕분이다.
그리고 이제는
느려 터진 컴퓨터 핑계로 미루던 일은 할 수밖에...
뉴스와 사실
5월 8일. 일요일
며칠 전 우리 동네가 뉴스에 나왔다.
4월에 새로 개통한 보행교 소식이 나왔다.
큰돈을 들여 만들고 지역의 명소가 되었는데
밤에는 날벌레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이용을 하기 어렵다는 소식이었다.
개통하지 며칠 안돼 돌아보고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던지라
여름이 오면 야간에도 가보자 했다.
그런데 밤에는 저지경이면 실망이다.
마침 주말에다 날도 좋은 데다 저녁도 일찍 먹은 김에 한번 가보기로 헸다.
벌레 투성이라 걷기 힘들면 그냥 앞에서 돌아오지 싶었다.
다리에는 우리처럼 야간 나들이 나온 사람이 많았고
날벌레 때문에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불빛이 환하게 들어온 곳에는 벌레들이 잔뜩 모여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산책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나도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으레 불빛에 모이는 벌레라
굳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다.
그럼 도대체 그 뉴스는 뭐지?
요즘은 뉴스가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