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
4월 27일. 수요일
강변에 가서 자전거를 탔다.
집 앞 거치대에 거의 2년 넘게 방치돼 있던 자전거를
문질러 닦고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었다.
오래 안 타서인지 아니면 내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데 뻑뻑하고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난다.
낮이면 살짝 덥기까지 한 날씨에 자전거 라이딩이 조금 힘들지만
탁 트인 강변 풍경이 답답한 마스크마저 잊을 정도로 기분 좋다.
술빵을 만들었다.
밀가루에 생막걸리를 넣어 만들면 된다고 한다.
떡 안 좋아하는 아들도 먹는 몇 안 되는 빵이기도 해서
처음으로 시도해보았다.
설레는 마음에 발효시키는 몇 시간을 못 참고
수시로 얼마나 부풀었나 반죽을 들여다본다.
빵을 찌는 데도 1분이 멀다 하고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본다.
저녁내 온 신경을 집중해 만든 나이 첫 술빵은 쏘쏘, 그럭저럭.
시큼한 막걸리 향이 나니 술빵은 맞는데
기대했던 하얗고 말랑말랑한 그 빵은 아니다.
역시 다신 한 번 깨달은 진리.
약은 약사에게, 요리는 요리사에게,
그리고 떡은 떡집에.
4월 29일. 금요일
저녁에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분명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입이 심심하다.
처음에는 열량을 생각해서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깡이나 칩 같은 과자를 먹지만
결국 성이 안차 단과자를 찾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초콜릿으로 마감을 한다.
습관이 되는 것 같아 집에 과자를 사놓지 않으려고도 해봤지만
자구 편의점에서 성에도 안 차는 비싼 과자를 사 먹게 되니
차라리 맛있는 걸 조금만 먹자고 사서 쟁여놓는 거다.
저녁을 배불리 먹으면 좀 나아질까?
단맛도 중독이 되는가 보다.
나는 아직도 솜이불을 덮고 있다.
한겨울에 덮던 두꺼운 그 솜이불이다.
봄이 된 지가 얼마인데,
이제 5월이고 곧 여름이 올 텐데 아직도 솜이불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원래 가볍고 따듯한 구스다운이니, 닥다운 이불은 별로다.
그 가벼움이 영 불편하고 무언가 허전하다.
두꺼운 솜이불의 무겁게 누르는 그 느낌이 더 편안하고 좋다.
봄이 되면 아파트는 바깥보다 난방이 안 되는 실내가 더 쌀쌀해
두터운 이불을 쉽게 걷지를 못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5월이다.
내일은 진짜 무거운 솜이불도 바꾸고
바뀐 계절을 만끽하고 5월을 두 팔 벌려 맞아야겠다.
5월 1일. 일요일
주스나 음료를 넣어 얼려 먹고 싶어서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한 아이스바가 더 당긴다.
오렌지 주스를 아이스바 틀에 붓고 냉동실에 넣으니
은근히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아이스께끼 생각도 난다.
아이스바를 먹고 나면 입술과 혓바닥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등
갖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설탕물에 식용색소만 넣어 만든 불량식품이라고 엄마는 뭐라 했지만
몰래 사 먹던 그 아이스께끼가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