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독후활동19
마녀 위니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마녀 위니는 까만 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위니 주변의 모든 것은 까만 색이에요. 집도 까만 색, 깔개도 까만 색, 의자도 까만 색, 침대, 담요, 이불, 목욕통까지도 까만 색이에요. 위니와 함께 사는 고양이 윌버도 까만 색이었어요. 온통 까만 집에 사는 고양이가 까만 색이니 어떻게 되겠나요? 윌버가 다른 사물과 구분이 되지 않아 윌버를 깔고 앉거나, 윌버에게 걸려 넘어지기가 일쑤였죠. 그래서 위니는 윌버의 색을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연두색으로요!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요. 윌버를 집 밖에 내보냈더니 풀밭과 구분이 안 돼서 또 걸려 넘어졌거든요. 화가 난 위니는 윌버를 머리는 빨강, 몸은 노랑, 꼬리는 분홍, 수염을 파랑, 다리는 보라색인 알록달록 고양이로 만들어버렸어요. 윌버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고 부끄러웠죠. 그래서 나무 꼭대기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어요. 다음날 아침에도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 윌버를 보며 위니는 생각에 잠깁니다. 마녀 위니에게 윌버는 소중해서, 위니는 윌버가 슬픈게 싫었거든요.
전세계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깔깔거렸다는 그 유명한 <마녀 위니>를 읽으며 저는 왜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마녀 위니에게서 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거에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주인이라니요! “위니 나빴어! 윌버 마음도 모르고 막 바꿔버리고!” 하는 아이들의 책망을 들으며 속으로 뜨끔, 또 뜨끔했으니까요.
최근 첫째 아이가 2년간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었어요. ABC도 몰랐던 아이가 줄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으니 저한텐 참 고마운 학원이죠. 아이 붙잡고 파닉스부터 시작했다면 둘 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레벨이 올라가면서 점점 숙제도 많아지고 시험도 잦아져서 아이가 힘들어했어요. 조금만 끌어주면 또 곧잘 해내는 아이라 사실 힘듦을 모른 척하고 이리저리 살살 달래서 이끌어 가볼까 했는데요, “나 진짜 가기 싫단 말이야”라면서 엉엉 울어버리는 아이를 보며 이젠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언어는 재미있게 놀며 배우는 게 가장 좋다고는 하지만 엄마들 마음은 또 그렇지 않잖아요. 눈으로 보이는 결과들을 외면할 수 없으니까요. AR지수가 높은 책들도 척척 봤으면 좋겠고, 시험 성적도 좋았으면 좋겠고.. 아이가 잘 해줄수록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어지네요.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에요. 집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희 집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습니다. 무언가를 먹을 때는 식탁에 앉아서 먹기, 먹고 나선 꼭 손 씻기, TV는 모든 숙제를 끝내고 나서 보기, 오후 여덟 시 반이 되면 하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책 읽을 준비 하기, 아홉 시에는 침대에 눕기 등등이요. 아이들의 바른 생활 습관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 이렇게 정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착착 움직여주니까 엄마 아빠가 편한 것도 사실이긴 하거든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바라는 아이상에 내 아이를 맞추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때쯤엔 이걸 해야 하고, 저때쯤엔 저랬으면 싶고. 이 험한 세상 헤쳐나가려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허울 좋은 핑계에 기대어 나의 잣대를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지, 행복한지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 속 여유는 1cm도 남기지 않은채 말이죠.
마녀 위니와 윌버는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요? 위니는 윌버를 까만 색으로 다시 바꿔주어요. 그리고,, 그 좋아하던 까만 집을 온통 알록달록하게 바꾸어 버리죠! 이제 더이상 위니는 윌버를 깔고 앉을 일도, 윌버에게 걸려 넘어질 일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행복한 윌버와 함께 살아가겠죠?
저와 저희 아이들의 앞으로도 이렇게 되길 바라며, 오늘도 엄마의 독후감을 마쳐봅니다. 쓰면 쓸 수록 독후감이 아니라 반성문인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