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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n 23. 2024

선생님이 F라고요? T가 아니라?

INFP의 자기 돌아보기

한창 MBTI검사가 유행일 때 나도 해봤다. 대부분 infp였다. 열정적인 중재자란다. 가끔 enfp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아주 가끔이었지만.


infp의 성향에 대한 설명을 찾으니 다음과 같다.


1.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면만 보고자 한다.

2. 조용히 혼자 사색하거나 독서하거나, 글을 쓰면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3.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친해지기 전까지 알기 힘들다.

4.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5. 함께할 친구를 선택하는 데 까다롭기에 남들에게 다소 냉담하게 보일 수 있다.

6. 내면의 세계가 있어 정신 계발을 위해 노력한다.

7. 창의적이고 예술분야에 잠재적 능력이 있다.

8. 타고난 이상주의적 성향으로 비현실적인 기대를 한다.

9. 관습이나 전통에 얽매이지 않아 남의 말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없다.

10. 핫한 소식을 가장 늦게 아는 사람으로 일상적인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11.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일을 본인의 일처럼 받아들여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12.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임한다.

13.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일을 하기 힘들어한다.

14. 사람들의 요구사항과 동기에 예민하다.

15.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이 본인의 가치관을 위협하지 않는 한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16. 경쟁이 심하거나 긴장도가 높은 환경에서 적응하거나 일하기 힘들어한다.

17. 단순 암기에 약하고 어떤 과목이든 이해해야 공부 가능하다.

18. 감정기복이 심하다.


각 항목을 살펴보니 정말 나의 특성과 맞는 부분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전혀 아닌 것도 있었다. 특히 11번과 14번, 18번은 아니다. 이 또한 나의 타고난 성격에서 유인된 것일 수 있다. infp라고 다 똑같은 성향의 사람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나는 공감하기도 하지만 공감하는 척할 때도 있다. 그렇게 듣고 뒤돌아 잊는 경우도 있다. 순간의 집중력은 좋으나 오래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반응과 요구사항에 둔감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할까. 그래서 가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조금 다르다. 나는 감정기복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만큼은 있다. 아무래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의 기대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또 다른 infp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다.


1.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2. 몽상하는 시간을 즐긴다.

3. 보편적인 길이 아닌 각자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4.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탐구하거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결정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부드럽게 격려한다.

5. 지나치게 전체주의적, 혹은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다.

6. 사회생활을 힘들어한다.

7. 진정성을 중시한다.

8. 가식적이거나 피상적, 상투적인 것에 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9. 전통(관습), 규칙과 규율을 좋아하지 않는다.

10. 호기심이 많고, 어떠한 일의 결과보다 ‘가능성’을 보는 경향이 있다.

11. 사람들의 본질을 이해하려 하고, 이들의 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12. 조화롭게 살고자 하며 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13. 타인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

14. 타인과 심리적인 거리는 반드시 유지한다.

15.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어한다.

16.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오! 여기는 더욱더 나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물론 5번과 16번의 경우는 동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보편적인 길보다 나만의 길을 가고 싶어 한다거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결정하는 데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 어떤 일의 가능성을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 본질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분쟁을 피하고 싶어 하거나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어한다는 것 등의 특징은 잘 표현된 것 같다. 특히 의도치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도 맞다.


사회화가 덜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떠오르는 모습이 많다. 처음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점, 특히 스몰토크를 힘들어했던 것들, 갈등상황 자체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큰 부담감, 타인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점 등이다. 부정적 감정을 잘 표현하기 못한다거나 적극적인 내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그런 어려움에서 기인된 것일 수 있다.


사회생활의 경험이 쌓였고 나이가 많아진 지금은 그동안 키워온 사회적 페르소나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아졌다. 스스로  감정이 앞서거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면 더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T스러운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특히 학급 아이들을 대할 때는 T와 F의 얼굴을 수시로 갈아 끼운다. 평소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때는 F의 모습으로 대화하지만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들의 갈등상황이 생기거나 결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여지없이 T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말한 적도 있다.

“선생님, T세요?“


게다가 잘 잊는 성향으로 그 단점을 채우기 위해 하는 메모는 아이들에게 반대의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다. 태블릿에 모든 일정과 정보, 평가결과들, 상담 결과 등을 깨알같이 써놓는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딱 부러지게 이야기한다. 상황을 정리하고 정돈된 말투를 사용한다. 항상 학급일지를 지니고 기록을 하며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보이는 현상에 대해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특히 부정적인). 학교에서 아이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다. 이러니 아이들이 T를 언급할 만하다. 그 모습에 더욱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우리 선생님의 극 T설이 더욱 선명하게 굳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일찍 오는 여자아이들이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아침에 일찍 오고 싶다던가, 자리가 바뀔 때면 선생님이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F성향의 선생님도 간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결국 infp(내향형, 직관형, 감정형, 인식형)인 나는 E, S, T, J(외향형, 감각형, 사고형, 판단형)의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양념처럼 넣어가는 과정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 같다. E는 사회생활하면서 조금씩 사람들과 적절히 즐겁게 어울리는 방법을 익혀간다. 특히 그런 만남 중에 감사하게도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절로  E는 획득이 된다. 물론 부분적이지만 말이다.  N의 경우 지금 현실 속에서 느끼는 경험을 그림을 통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습관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T의 경우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저절로 익히게 된 성향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특히 고학년 아이들을 대할 때면 필수다. J의 성향도 업무적인 일을 하면서 저절로 계획적, 체계적으로 다져졌다. 직장이라는 게 분명한 목적과 계획성 있는 진행, 시간 엄수, 철저한 기획이 바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인 적응으로 내 성향과 반대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고는 하지만 역시 나에게 편한 것은 타고난 성격이다. 퇴근을 하고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나는  infp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자기 계발을 하고 생각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의 모습으로만 사회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회에 맞추어진 모습으로 계속 생활한다는 건 나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 힘들다. 그 둘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나를 제대로 알고 나의 모습과 사회생활 속에서 알게 된 모습을 적당히 균형 있게 있어간다는 것이 큰 선물인 것 같다.


MBTI도 검사할 때마다 다를 수 있다지만 나는 여전히 infp 성향일 것 같다. 몇십 년의 사회생활 동안  알게 모르게 나의 모습을 벗어나 후천적으로 획득한 심리적 기능을 벗어나도 될까? 사회생활을 벗어나게 되는 은퇴 이후에는 편안한 나다운 모습을 좀 더 보여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때도 여전히 균형이 필요할까? 여전히 본질적인 질문과 상상이 많은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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