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경쾌한 알람음으로부터

호주 일주 일기 :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1.

시작은 경쾌한 알람음으로부터



오후 3시 20분 출발 예정인 인천공항행 버스는 모든 사람이 탑승했다는 신호로 예정 시간보다 1분 일찍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가 출발할 때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아침부터 요란스럽게 짐을 싸며 밀린 대학원 강의를 듣고 그러다보니 배가 고파서 밥도 먹어야하고. 고요한 집에서 혼자서만 야단법석이었다. 이거했다가 저거했다가 정신없이 왔다갔다거리니 뭐하나 제대로 끝이 나는 일이 없다. 게다가 출국날까지 미룬 은행업무도 이 날 처리하겠다는 게을러터진 내 자신이 조금은 밉기까지 했다.



단기여행 짐 꾸리기는 달인인데 최소 한 달 이상의 여행은 어렵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캐리어 허용치만큼 쓸어 담았다. 사실 약간은 터질 것 같았달까. 내 캐리어를 본 엄마는 "한 달 여행 가는 사람이 3일 여행 가는 사람처럼 짐을 싸니?" 라고 말한다. 내 눈에는 성에 안 찰정도로 과해서 짐을 더 줄이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숨가쁜 아침을 보내고 탑승한 버스다. 이제 시드니에 도착한 후의 계획을 세워볼까.



구글 지도를 뒤진지 5분. 멀미가 난다. 눈도 피곤하다. 잠을 자야겠다. 버스 탑승 전까지 평소보다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았기에 '피곤함'이라는 선물이 나를 찾아왔나보다. 근 4개월 간의 밤근무로 꽤나 심각한 불면증을 겪고 있는 내게는 반가운 선물이다. 이 생각을 한 무렵부터 버스에는 끊임없이 '카톡' 이라는 알람음이 울렸다. 왠만하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속좋게 넘겨 버리는 사람인데 한 시간 가량 불규칙적으로 끊임없이 울리는 이 소리에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이다.


"카톡 알람음 무음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깐 멈췄을 때, 버스 기사님은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듯 조심스럽게 말하셨다. 휴, 이제 좀 편하게 잘 수 있겠구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 어느덧 밤이다.



는 착각이었다. 아주 모두 다 들으란듯이 크게 울려퍼지는 '카톡'. 이 알림음이 이렇게도 얄미운 소리였던가. 시간이 갈수록 짜증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니 이제는 무섭다.


'혹여라도 싸움이 나면 어떡하지? 제발 그만 울려라'


내 알림음이 울리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눈치를 보고 초조해하는걸까. 언제 울릴지 모르는 그 불규칙함이 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분명 휴대폰의 주인이 모르거나, 알지만 변경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 일거다. '혹시라도 무음하는 방법 모르시면 제가 해드릴게요!' 라고 용기있게 속으로만 외친다.



그렇게 동대구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총 4시간 30분동안 수백번은 울린 그 알람음. 어느순간부터는 '이제 한 번 울릴 때 됐는데?' 라며 예측까지 하는 상태에 도달했다. 버스 짐칸에 실린 캐리어를 꺼냈다.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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