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꼭 지키는 나만의 여행 루틴 중 하나는 커피를 마시고 지역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딱히 작품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커피로 잠을 깨우고 미술관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시드니 현대 미술관 앞의 작은 들판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누워있다. 아, 이 평화로운 분위기. 마치 대학교 캠퍼스 같은 청량하고도 풋풋한 풍경은 또 한 번 나를 설레게 한다. 미술관을 둘러본 후 나도 잠깐 앉았다 가야지.
Truc throng 「I Pray You Eat Cake」(2023)
시드니 현대 미술관의 마감시간은 오후 5시다. 오후 4시에 도착했으니 단 1시간 즐길 수 있다. 1시간 동안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진득이 보고 나올 생각이다.
1층에는 <Primavera 2023 Young Australian Artist> 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 소개된 6명의 작가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생까지 나의 또래들이다. Truc throng의 작품이 단연코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I Pray You Eat Cake」(2023)
빙글빙글 돌아가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식탁보가 있다. KFC 감자튀김 포장 컵 안에 있는 향초, 빨간 엘모 인형 얼굴에 테이프로 감긴 베트남 라면, 수많은 바비인형을 붙여 만든 십자가.
어떻게 보면 기괴하고, 어떻게 보면 재미있다. 내 눈에는 수많은 화려함이 기괴함을 뒤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표현한 이 ‘기괴함’이라는 단어는 작가에게는 굉장히 실례일 수 있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는 이민자로 살아가던 그녀의 애환이 담겨있을 테니까.
Throng의 가족들은 1982년 베트남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고, 작가는 이곳 호주에서 1987년 태어났다. 베트남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났지만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도 힘든 일이리라. 작가는 작품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찾아가고 있다. 서양의 문화와 동양의 문화가 뒤섞여 있다. 어쩌면 이렇게 마구 섞인 이 작품처럼 작가 역시 수많은 혼란스러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당장에 타 지역으로 가서 살아간다는 것도 정서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인데 문화가 다른 타국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이 전시에 참여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호주 이민자 2세였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겪어본 적 없는 감정이지만 애틋하다. 또래들이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이것조차 내 선입견이다. 행복하게 생활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나 자신의 알량한 생각이 우습기도 하다.
1시간의 짧은 관람을 끝내고 미술관 앞의 잔디밭에 앉았다. 아, 축~축 하다. 하지만 푸른 바다와 오페라 하우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전경과 낭만은 좋다. 오늘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돗자리를 하나 사서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