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하버 브릿지를 바라보며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6.

시드니 하버 브릿지를 바라보며






시드니 현대 미술관에서 도보 20분 이내로 도착하는 시드니 천문대. 천문대에 들어가면 별 볼 수 있는 건가? 별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목적지로 향한다. 오후 5시가 지났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어두워지겠지?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펼쳐졌다. 이미 천문대에 입장해서 우주를 다 관측한 듯하다.







꽤나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우거진 푸른 나무들 아래를 걸었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진다. 천문대 앞 잔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저 너머로 보이는 시드니 하버 브릿지를 보며 오후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하버 브릿지 위를 서행하는 기차가 있고 그 아래의 동네에는 나지막한 주택들이 있다. 돗자리는 없지만 역시나 철퍼덕 주저앉았다. 잠깐이라도 이 오후의 한적함을 즐기겠어요.







사진으로도 남겨야지! 챙겨 온 삼각대를 꺼냈다. 잔디 위에 삼각대를 대강 세우고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하버 브릿지도 담겨야 하고 나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한다. 이 주변의 초록색의 잔디도 담겨야 하며, 파란 하늘 역시도 담겨야 한다. 꽤나 까다롭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이 더 익숙한 나는 약 3분간의 촬영을 끝냈다. ‘이 중에서 하나는 건졌겠지’라는 마음으로 삼각대를 정리했다.







그나저나 이곳에는 파리가 기승인지 잔디에 앉는 순간부터 온갖 파리들이 내 몸을 향해 달려든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온몸에 10마리 이상의 파리와 개미가 붙는 건 시간문제다. 수많은 파리들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 한국말들이 들린다. 한국인만 호들갑을 떠는 건지 한국말만 들리는 건지 모를 노릇이다. 이건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는 파리떼가 아닌가. 내 생애 이렇게 수많은 파리로 들끓는 장소는 처음이다. 주변엔 음식물쓰레기도, 냄새가 나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파리는 왜 이렇게 대량 번식했을까. 다시금 간디의 생명 존중 사상을 되새긴다. 이 모든 세상의 모든 만물은 헛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파리가 너무 많다.



그런데 글을 쓰며 떠올랐다.

나 천문대 안다녀왔구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