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별생각 없이 Jetstar 어플에서 확인한 [출발 지연]. 예정시각보다 50분 뒤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한 거 아냐?'
또 착각이었다. 수하물을 맡기고 출국심사를 하고 주문한 면세상품을 인도받고 다 듣지 못한 강의까지 듣는다. 그런데 또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곁들이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하던 짓을 나이 삼십 먹고서도 하고 있다니. 탑승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으니 강의가 귀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입으로 들어가는 냉메밀과 김밥이 더 인상 깊다. 사람의 3대 기본 욕구에 왜 학구욕이 포함되지 않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남은 강의 시간은 20분. 탑승을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이 얼마큼 빠졌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하며 1.5배속으로 강의를 듣는다. 난 왜 대학원을 다니는 걸까. 갑자기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
밤 10시 45분. 출발시간인데 출발하지 않는다. 그렇게 흘러간 2시간. 결국 하루를 넘겨 출발한다. 기내 방송에서는 지연 원인을 '일본의 화산폭발로 인한 지연 : 항로 재탐색 '이라고 한다. 뉴스에 아무리 검색해 봐도 '오늘자 화산폭발'과 관련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최근 일본 해안에서는 잦은 해안 쓰나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해저 지진이 원인이라고 한다. 조금 무서워졌다. 일주일 후에는 발리에 있는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판의 경계에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오른다. '쓰나미가 밀려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까지 생각하는 극한의 상상러다.
공항버스에서 4시간 30분. 앞으로 비행기에서 9시간 30분. 아니, 지연된 시간까지 생각하면 총 11시간 30분. 도합 16시간을 운송수단 속에서.
고관절인지 그 어디쯤의 부위는 아작이 날 것만 같다. 이러다가 골반 부위는 사라지고 아랫배와 허벅지가 붙어버리는 건 아닐까.
Youtube, 잇츠유주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오프라인으로 저장한 여러 유튜버들의 호주 여행 영상을 보며 대강의 계획을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