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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Feb 15. 2023

다시 올 것 같았던 발리에 다시 왔다

늘 계획에 없던 일은 일어난다

 시드니 시티에서 마지막으로 살 것들을 사고, 급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픽업 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발리에서 나가는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우린 발리에서 한 달 여행하고 거기서 연장할 계획이어서 두 달 후 티켓을 샀는데, 연장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으니 한 달 안에 발리에서 나가는 티켓을 보여 달라는 거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 땀이 뻘뻘 나는데 애들은 징징거리기 시작하고 기내 수화물을 무거워서 짐정리를 다시 해야 하고. 아, 정말 멘붕의 최고점을 경험했다. 발리에서 싱가폴 가는 티켓을 혹시 몰라서 날짜 변경이 가능한 티켓을 구매했는데 가격이 다르면 그 다른 차이를 우리가 내야 했다. 어떻게든 시드니를 떠나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금액을 내고 날짜 변경을 했다. 다른 이들은 우리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며 경험을 나눈다. 그래도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직원이 친절해서 웃으면서 기다려주고, 비행기 좌석도 우리 가족이 한 줄씩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처음 체크인 했을 때 직원은 너무 냉정해서 좀 그랬는데 두 번째 직원들은 세상 친절해서 체크인 가방도 훨씬 무게를 초과했는데도 추가 비용도 받지 않고 봐줬다. 그 직원들 덕분에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정말 그 사소한 배려가 얼마나 큰 위안이던지. 몇 번을 고맙다고 인사하고, 탑승 수속을 하러 들어갔다. 시드니 공항은 가족 배려 라인이 있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시드니에서 발리까지 6시간 반 비행인데 4시간 반 잠을 자준 둘째 아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타서 이 글을 쓴다. 쓰면서도 헛웃음이 나온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일이 참 신기하다. 비행기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어 감사하고 둘째가 그래도 다운해 둔 영상을 보면서 비행기 안에서 소리 지르지 않아서 감사하다. 언제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만히 봐줘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여행 첫날부터 스펙터클 하다. 땀 범벅된 여행 첫날, 그래도 감사하고 다행인 게 많다.


도착한 다음 날, 너무 피곤해서 룸서비스로 점심 해결
호텔 조식은 뷔페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걸 매일 선택할 수 있었다


발리공항에서 도착비자받는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도착비자는 정말 금방 받았고, 출국 심사하는데 꽤 시간이 걸려서 비행기 도착하고 1시간 반 정도 지나서야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출국 심사할 때 가족들은 따로 줄이 있어서 길이 훨씬 짧은 데도 불구하고 꽤 기다렸다. 저번에 왔을 때는 질문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있는지, 어느 지역에 있을 건지, 그 지역을 떠나서는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뭔가 예전보다 더 깐깐해진 느낌이었다. 어찌 됐든 출국 심사 마치고 미리 예약한 픽업 서비스를 받아 호텔로 돌아오는 길의 발리는 어두컴컴했다. 시드니에서 발리까진 6시간 반 정도 걸렸고, 둘째 아들이 4시간 반 잠을 자서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한 비행이었다. 발리에 도착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도 내가 진짜 발리에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더위를 피해 매일 수영을 하고 있다

도착한 날 너무 늦게 잠들어서 애들이 늦잠 자겠구나 예상했는데 웬걸, 발리시간으로 7시에 일어났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애들 영상 좀 보게 하고 자고 싶었는데 보면서도 계속 날 찾아서 결국엔 한숨도 못 자고. 룸서비스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 같이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우리가 노는 동안은 비가 안 왔는데 끝내고 나니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준비 다하고 쇼핑센터로 나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나갈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완전 폭우가 내렸다. 계획을 수정하고 호텔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배달음식을 시켜서 호텔에서 저녁 먹었다. 시드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정리하다가 보니, 발리 날씨 체크도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보통 2월 말까지 우기라고 한다. 우기라고 해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1시간, 어떨 땐 더 짧게 내리다가 그치니 비가 오는 시간을 피해서 다니면 여행 다니기 그리 불편하진 않을 정도이다.


시드니의 물가가 워낙 비싸고, 코로나 이후에 더 비싸졌는데 발리에 오니 시드니의 2-3배 정도 싼 거 같다. 피곤해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어도, 배달음식을 시켜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 너무 좋다. 참고로 시드니 배달음식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기본이 20불 이상이어야 배달이 가능하다 4인 가족이 배달음식을 시킨다면 한국돈으로는 무조건 5만 원 이상일 거다.


아직은 애들이 더위에 금세 짜증을 내고, 첫째 아들의 온라인 수업도 하느라 뭔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적응시간이고 제대로 된 루틴이 없으니, 차차 나아질 거라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발리는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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