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말스런 여자 Dec 01. 2023

11월 30일 늦은 시간에

11. 30. 늦은 시간에.


11월 마지막 날이 간다. 역사 속으로. 또 내 안에 그리움으로. 온갖 감정이 아우성치며 복잡하게 얽힌 23년. 11월 마지막 날을 껄껄 웃으면서 갈무리하니 참 다행이다.

 웃음이란 넘기 힘든 문제를 단숨에 초월케 하는 마력이 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힐 때에도 한 방의 웃음은 시원하게 문제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11월 마지막 날.

이용은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지만, 난 11월의 마지막 날이 좋다. 내겐 그런 추억이 있는 날이기도 하고, 가을을 보내는 마지막 날 같아서도 좋다. 올 11월은 유난히 추웠다.이 가을에  얇은 긴 팔 옷은 장롱에 갇혀 나올 일이 없다. 단풍도 곱게 물들지 않은 11월이다.

"나처럼."

내가 껄껄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 단풍도 저렇게 안 이쁠 수도 있잖아. 나도 많이 모자란들 어때, 이렇게 살면 어때, 산다는 건 과정이지 결관가? 부족함이 많고 안 되는 게 많으니 절절하게 산다는 걸 체득하잖아!

내가 부족함이 없는 인간이었어봐. 사는 괴로움을 못 느꼈어봐. 그런 삶이야말로 지옥일런지도. 고뇌가 없는 삶을 부러워 말자. 이리 생각하자, 퇴근길에 난 웃을 수 있었다.  웃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삶을 수용할 수 있다는 거다. 어깨에 보따리 하나 더 얹어져도 무방하다는 거다. 산 위에서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거다. 무성했던 초록 잎들을 다 떨궈버린 저 앙상한 나무가 당당하게 겨울을 맞서듯이.

자연의 섭리 속에 자연의 한 조각인 나. 떨궈진 나뭇잎 한 잎도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나 또한 영원히 자연의 품에 안길 것이고.



https://youtu.be/3k9Zv06Ub3I?si=yT_mvOlvt9joeCCO





작가의 이전글 삼우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