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날이 간다. 역사 속으로. 또 내 안에 그리움으로.온갖 감정이 아우성치며 복잡하게 얽힌 23년. 11월 마지막 날을 껄껄 웃으면서 갈무리하니 참 다행이다.
웃음이란 넘기 힘든 문제를 단숨에 초월케 하는 마력이 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힐 때에도 한 방의 웃음은 시원하게 문제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11월 마지막 날.
이용은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지만, 난 11월의 마지막 날이 좋다. 내겐 그런 추억이 있는 날이기도 하고, 가을을 보내는 마지막 날 같아서도 좋다. 올 11월은 유난히 추웠다.이 가을에 얇은 긴 팔 옷은 장롱에 갇혀 나올 일이 없다. 단풍도 곱게 물들지 않은 11월이다.
"나처럼."
내가 껄껄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 단풍도 저렇게 안 이쁠 수도 있잖아. 나도 많이 모자란들 어때, 이렇게 살면 어때, 산다는 건 과정이지 결관가? 부족함이 많고 안 되는 게 많으니 절절하게 산다는 걸 체득하잖아!
내가 부족함이 없는 인간이었어봐. 사는 괴로움을 못 느꼈어봐. 그런 삶이야말로 지옥일런지도. 고뇌가 없는 삶을 부러워 말자. 이리 생각하자, 퇴근길에 난 웃을 수 있었다. 웃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삶을 수용할 수 있다는 거다. 어깨에 보따리 하나 더 얹어져도 무방하다는 거다. 산 위에서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거다. 무성했던 초록 잎들을 다 떨궈버린 저 앙상한 나무가 당당하게 겨울을 맞서듯이.
자연의 섭리 속에 자연의 한 조각인 나.떨궈진 나뭇잎 한 잎도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나 또한 영원히 자연의 품에 안길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