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우리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는 이직을 준비 중이었다. 둘 다 직장에 다니며 공부를 병행하고 있으니 평일엔 좀체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사는 곳도 너무 멀었고 주말에 겨우 만나도 북카페에서 공부하는 날이 허다했다.
사계절은 만나보고 결혼해야 된다는 말에 연애 기간은 정확히 1년. 그 사이 남편은 이직에 성공했고, 나는 석사 논문을 쓰고 무사히 졸업을 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속전속결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어느새 부부가 된 우리.
결혼 9년 차가 된 우리는 여전히 공부 중이다. 둘 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어 더 이상 책은 안 봐도 될 줄 알았는데?! 나는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겠노라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남편은 각종 자격증을 넘어 법에 심취해 계속 공부 중이다.
남편의 공부는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0대 아니 70에 또 다른 자격증을 따거나 학업을 이어갈 거라 선언해도 그러려니, 아니 당연히 그렇겠지 생각할 것 같다. 한 철학관에서 평생 공부해야 하는 팔자라더니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진짜 용한 곳이었어!!
출처: 픽셀스
나이 들어하는 공부에 대하여
가만 생각해보니 남편의 끝없는 자기계발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요즘 시어머니는 나무의사 자격증 공부 중이시고, 시아버지는 예쁜 손글씨 쓰기와 요리에 푹 빠지셨다. 우리 부부가 한창 결혼 준비할 무렵에는 두 분이 숲 해설사 자격증은 따셨다고 들었다. 두 분의 자격증 목록을 보고 있으면 헬로카봇의 탄이 엄마가 떠오를 지경이다.
역시 남편의 끝없는 자기계발은 유전이었다. 정확히는 대물림이라는 말이 옳을 것 같다. 부모님이 시간을 내어 틈틈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 본인도 그 모습을 물려받은 것이다. 후천적 환경 조성이 이렇게 중요하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유산이 있을까 싶다!"라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엔 조금 도가 지나친 느낌이 들지만.
나도 친정 엄마가 1일 1독은 너무한 거 아니냐 혀를 내두르시는데.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늘 책을 읽는 분이셨다. 노안이 심해지신 후로는 책 읽어주는 영상을 활용하고 계신다. 그런 내가 책 읽는 엄마가 된 건 너무 자명한 수순 아닌가?
나이 들어하는 공부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는 이유가 뭘까? 무언가가 되거나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공부가 아니라 배움의 기쁨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 아닐까? 이런 순수함이 인생을 살아가는 진정한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도 자기계발에 열심히인 우리를 응원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