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 빌 거예요!

by 정예슬

패스 패스 패스. 내 꿈은 축구왕. 세상에서 제일가는 스트라이커.



어렸을 때 내 꿈은 축구왕이 아니었다.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정말 흥겨웠다. 꿈을 담은 노래는 대체로 그렇지만.




10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고 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밤이 내려앉길 기다렸다. 먹고 치우고 돌아서니 어느새 주위가 캄캄하다. 커튼을 치며 하늘 구석구석을 살폈다. 없다, 달이. 야속한 구름. 그 와중에 남편은 두통을 호소하며 잠이 들었다. 허전한 밤이다.


"어~~ 달 떴다! 소원 빌어라~"


아버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실 창으로 모여들었다. 어머님이 집 안 모든 불을 껐다. 까만 밤하늘에 동그란 접시 같은 달이 온 세상을 비추었다.


동화책에서 봤던 달이었다. 아주 살짝 노르스름하고 대체로 하얀 달 속에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있었다. 두 손을 모아 쥐고 소원을 빌었다. 여름을 바친 남편을 위해.


"아빠 소원 빌자 얘들아~"

"싫어요!! 내 소원이잖아요. 내 거 빌래요~"


둘째의 야무진 응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혀만 내둘렀다. 아들의 소원이 뭔지 잘 알기에 비난할 수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다.


"판사 되게 해 주세요."


차례상 앞에서도 보름달 앞에서도 시댁에서 들리는 하루 두 번 성당 종소리에도.


"판사 돼서 뭐할 건데?"

"나쁜 사람 감옥에 넣을 거예요!"


일곱 살 남자아이는 그렇게 꿈을 키우고 있다. 가고 싶은 학교는 고래대학교.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 다섯 살 때부터 고래대학교 노래를 불렀다. 무엇에 씐 것처럼 확고하다.


어느 날 남편이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맨 호랑이 인형을 받아왔다. 그 선물은 첫째에게 전해졌다. 옆에서 보던 둘째가 가만있을 리 없다. 자기도 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돌잡이 판사봉을 주문했다. 법복을 입은 호랑이 인형도 사 왔다. 그렇게 거실 책장에 두 마리 호랑이가 있다. 나는 경계했다. 특정 직업인이 되길 바라는 모습은 진짜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는 아들을 보면서 그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엄마, 나는 나쁜 사람들 다 잡아서 좋은 세상을 만들 거예요!"

"엄마,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의사가 될 거예요. 몸도 고쳐주고 기분도 좋아지게."


너희도 나름의 뜻이 있구나? 안심하는 것이다. 그래, 뭐든 좋다. 큰 꿈을 품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렴! 엄마 아빠는 모든 과정 과정을 응원할 것이다.





내가 일곱 살에 어떤 꿈을 꿨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색깔도 가고 싶은 대학도 없었다. 궁금하다. 지금부터 씨앗을 품고 살아가는 너희의 앞 날이.


패스 패스 패스 내 꿈은~ 괜스레 노래를 흥얼거린다. 소원을 빌 꿈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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