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언니 정예슬 Nov 12. 2023

벌써 자요?

"아직 안 자요?"


수학여행 불침번을 서던 그녀의 문자를 덥석 물었던 그 남자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벌써 자요?"


묵묵부답이. 하필 논문 심사를 앞두고 퇴근 후에도 밤이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그녀였다. 졸릴 때 조금만 이야기 나눠주면 잠도 깨고 좋으련만~


주말 아침에도 연락을 기다리다 먼저 약속을 잡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에라 모르겠다 내버려 두다 부아가 치밀기다. 그런 날은 점심 무렵이 다 되어서야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럼 점심은 글렀고 뭐 어쩌자는 건가 싶어 뚱해졌다.


"오빠!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연애를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우리 그만 만나자."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우는 사람을 매몰차게 내버려 두고 나올 성정이 못 되는 그녀였다. 창밖과 우 남자를 번갈아 보며 고민에 휩싸였다.


"아니... 뭘 울고 그래요..."


"내가 미안해..."


"..... 평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잠도 빨리 자는 사람이 토요일 오전엔 왜 그렇게 연락을 안 해요? 주말에 겨우 한 번 보는데 그 마저도 보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내가 사실.... 이직 준비 중이야...."


"이직 준비를 어떻게 하는데요?"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다가 도서관 오픈 시간 맞춰서 나가... 스터디가 있는 날도 있고... 아직 안 일어났을까봐 나중에 한다는 게... 집에 와서 잠들어버려서 늦을 때도 있고..."


"아......."


그렇다. 남자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말이면 도서관을 가고 어떤 날은 카페에서 스터디 모임을 해가며...


"이직은 왜 하려고요?"


"지금은 본사에 근무해서 서울에 있지만 몇 년 뒤에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몰라..."


서울 그것도 교육청 관내에서만 이동하는 그녀와 달리 시도가 바뀌는 남자는 몇 년 후를 생각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의 삶에 대해...


그녀는 슬몃 기분이 좋아졌다. 그 미래에 떨어져 있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남자가 기특해 보였다. 앞으로 약속은 미리 정하고 당분간 둘 다 공부 ㅡ그녀는 논문을 쓰고 그는 이직 준비를 하고ㅡ 를 해야 하니 데이트 장소는 스터디 카페가 좋겠다며 재잘거리기 시작한 그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몇 개월이 훌쩍 흘렀다. 그녀는 논문 심사에 통과했고 얼마 안되어 남자도 이직에 성공했다. 와... 이제 결혼인 건가?





이전 01화 아직 안 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